친한 친구에게 당한 성추행, '호감 있는 척' 자백 유도?…변호사들 “독이 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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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에게 당한 성추행, '호감 있는 척' 자백 유도?…변호사들 “독이 든 사과”

2025. 12. 19 10:3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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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는 성범죄, 피해자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 “섣부른 접근은 금물,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한목소리 경고

성추행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백 유도 보다는 차라리 따져 묻고 사과를 요구하는 게 유리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여행지서 친한 남사친에게 성추행…'호감 있는 척' 자백 유도 전략, 변호사들 만류


친한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 즐거웠던 기억은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술에 취한 남자 사람 친구가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 너무 놀라 뿌리쳤지만, 두려움과 창피함에 다음 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도 불쑥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에 고통받던 여성은 결국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 호감 있는 척 접근해 자백을 받아내면 신고할 수 있을까요?”




“필름 끊겼다”는 가해자…'호감 있는 척' 자백 받아내도 될까?


피해 여성의 절박한 질문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명백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목격자나 CCTV 같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피해자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가해자는 다음 날 “필름이 끊겼다”며 모든 것을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떠올린 ‘자백 유도’ 전략은 스스로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피해자의 의도와 달리,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동의한 스킨십으로 오해”…변호사 10여 명의 일치된 경고


다수의 변호사들은 피해자의 ‘호감 있는 척’ 접근법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선(Suhn Law Group)의 김민후 변호사는 “호감있는 척 하면 동의 있는 스킨십이라고 해서 불송치 결정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증거를 잡으려다 오히려 ‘합의된 관계’라는 오해만 살 수 있다는 경고다.


법률사무소 수훈의 이진규 변호사 역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했다는 사정만 남게 되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검사 출신 변호사도 “섣불리 증거 수집을 하려다가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섣부른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의 경고는 일관됐다. 증거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먼저 호감을 보였다”는 반격의 빌미만 제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따져 묻고 사과를 요구하라”


그렇다면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다른 길을 제시했다. 어설픈 연기 대신, 정면으로 부딪히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향의 이현주 변호사는 “오히려 직접적으로 사과를 요구하시는 편을 추천한다”며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과 요구’ 자체만으로도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도 “호감있는 척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차라리 그날 일을 따져 묻는 것이 나아 보인다”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이는 가해자의 반응을 녹음하는 등 증거를 확보하되, 피해자로서의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취지다.


‘왜 그랬냐’는 추궁과 사과 요구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일관성과 구체성이 관건


결국 성범죄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성범죄의 경우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은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사건 직후의 혼란스러운 감정, 두려움 때문에 즉각 항의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행동했던 상황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느냐가 재판부를 설득하는 열쇠가 된다.


물론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의 지적처럼 “그 다음날에도 아무일 없이 놀다 왔고, 이후 짧게나마 안부 연락도 했고, 이러한 사정은 많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가해자 측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 사회적 평판 등을 우려해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을 폭넓게 이해하는 추세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피해 사실을 논리적으로 입증해내는 것이다. 혼자만의 위험한 시도보다는 변호사와 함께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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