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달랬잖아” 애원 무시한 채 20개 영상…악몽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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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달랬잖아” 애원 무시한 채 20개 영상…악몽의 기록

2026. 03. 10 14:1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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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의 배신, 법조계 “일부 동의했어도 명백한 범죄”

파트너가 동의 없이 촬영한 성관계 영상 유포를 두려워하는 여성이 법적 대응을 망설이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혹시나 인터넷에 유포될까봐 너무 겁이 납니다.” 믿었던 파트너가 동의 없이 찍은 성관계 영상이 20개가 넘는다는 한 여성의 절박한 호소다.


관계가 망가질까 두려워 강하게 거부하지 못했고, 일부는 마지못해 촬영에 응해줬다는 사실 때문에 법적 대응을 망설였다. 그러나 법조계는 “삭제 요청을 무시하고 소지한 것만으로도 범죄”라며 “유포를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는 신속한 고소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절 못한 침묵, ‘동의’로 둔갑한 20개의 영상


상담을 요청한 여성 A씨는 오랜 기간 파트너로 지낸 남성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관계 영상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상대방과의 관계가 어색해지는 것이 두려워 그 당시에는 싫다는 표현을 거세게 하지 못하였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이후 “영상 찍히는 게 싫다”고 분명히 거부 의사를 전했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계속했다. A씨는 남성의 마음을 얻으려 원치 않는 촬영에 몇 번 응해주기도 했지만,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결국 “영상들을 지워달라”고 요구했으나 남성은 알았다고만 할 뿐 영상을 삭제하지 않았다.


그렇게 남성의 수중에 남은 영상은 20개가 넘었고, 여기에는 A씨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 몰래 촬영된 영상까지 포함돼 있었다.


일부 동의, 면죄부 될까?…법원 “매우 신중히 판단”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일부 촬영에 동의한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계의 특수성이 불법 촬영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는 “상대방이 A씨의 의사에 반하여(동의없이) 관계 영상을 임의로(몰래) 촬영하였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 받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실제 법원은 연인 관계라 하더라도 성관계 합의와 촬영 허락은 별개이며(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6. 3. 24. 선고 2015고합59-2(분리) 판결), 묵시적 동의 인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경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엘)는 판례를 인용하며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촬영에 한번 동의하면 교제 기간 내내 그 동의 의사가 존속한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나, 다만 동의는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사자의 관계, 촬영 내용, 촬영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묵시적인 동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설명해, 사안에 따라 묵시적 동의가 인정될 여지도 있음을 신중하게 짚었다.


“지워달라” 요청이 핵심 증거…“영상 소지 자체도 범죄”


변호사들은 A씨가 영상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가해자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김연수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촬영 당시에는 거부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지워달라고 의사표시를 하였는데 지우지 않고 여전히 소지하고 있다면 카촬죄(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성립합니다”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권민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앤정) 역시 “지워달라고 말한 것 자체는 유리한 정황일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삭제 요청을 무시하고 영상을 계속 보관하는 행위 자체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현중 변호사(리라법률사무소)는 “일단 삭제를 요청 하였음에도 삭제없이 영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불법촬영물 소지죄에 해당하여 보인다”며 추가적인 범죄 성립 가능성을 지적했다.


성폭력처벌법은 불법 촬영물을 소지·저장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유포 막을 골든타임…“즉시 고소 후 압수수색해야”


유포 공포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신속한 형사 고소’를 꼽았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고소를 하면 경찰에서 곧바로 압수, 수색을 진행할 것”이라며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을 폐기하기 이전에 압수, 수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수사를 통해 가해자의 저장 장치를 확보해야만 영상의 존재를 공식 확인하고 유포를 막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도 “혹시 모를 유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형사고소를 고려해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신체를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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