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사망, 집은 경매로…월세, 정말 안 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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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사망, 집은 경매로…월세, 정말 안 내도 될까?

2026. 05. 07 15: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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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하라" vs "공제하라"… 보증금 300만원 걸린 세입자의 피 말리는 선택

집주인 사망 후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자 세입자는 월세 납부와 보증금 회수 문제에 직면했다. / AI 생성 이미지

"회사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돌아가시고 건물이 경매된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평온했던 일상에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80만 원, 낯선 법률 용어와 엇갈리는 조언 속에서 세입자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사망한 집주인의 계좌에 월세를 계속 내야 하는지, 아니면 보증금에서 공제하라는 주변의 말이 맞는지, 전문가들의 의견마저 갈리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부닥쳤다.


"공탁이 원칙" vs "공제가 현실"… 월세 납부, 전문가들의 갑론을박


가장 큰 쟁점은 '월세 납부' 여부다. 다수의 변호사는 섣부른 납부 중단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변제공탁'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임대환 변호사는 "임대인 사망 후 상속인이나 수령권자가 불명확할 경우, 기존 계좌 입금은 유효한 변제로 인정되지 않아 재지급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라며 "이때는 ​법원에 변제공탁​을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준용 변호사 역시 "월세를 고의로 미납하면 해당 금액만큼 보증금에서 공제되므로, 함부로 납부를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보증금이 소액인 점을 고려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은정 변호사는 "보증금이 소액이므로 남은 기간의 월세를 내지 않고 차감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라며 "월세 지급을 멈추고 300만 원을 자연스럽게 소진시키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홍현필 변호사 또한 "실무적으로는 보증금이 300만원으로 소액인 경우 월세를 납부하지 않고 이를 보증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자금 회수에 가장 안전합니다"라며, 법원에 연체된 월세를 보증금에서 뺀 계산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경우 연체액이 보증금을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한 지급 의무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회사 명의' 계약, 보호의 사각지대 되나


이번 사안의 또 다른 변수는 계약이 '회사 명의'로 체결되었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원칙적으로 개인(자연인)을 보호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고준용 변호사는 "법인 명의의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적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한 줄기 희망은 있다. 홍현필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3조 3항에 따라 중소기업기본법 2조에 따른 중소기업인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하고 직원이 전입신고와 점유를 마쳤다면 대항력이 인정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회사가 '중소기업'이고 직원이 전입신고 등 요건을 갖췄다면 보호받을 길이 열리는 셈이다. 결국 회사의 규모가 보증금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다.


"절대 이사 금물!"…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외치는 한 가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전문가가 만장일치로 강조하는 철칙이 있다. 바로 '섣불리 거주지를 옮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매 절차가 끝날 때까지 현재 사는 곳에 계속 거주하며 전입신고를 유지해야 '대항력'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로운 주인에게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고준용 변호사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무단으로 거주지를 이전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라고 못 박았다.


만약 이사가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홍현필 변호사는 "이사가 불가피하다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등기부등본 기재를 확인한 후에 퇴거해야 권리가 유지됩니다"라고 조언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절대 짐을 빼선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살길은 '권리신고'… 남은 절차는?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푸름 변호사는 "우선 배당요구 종기 내 권리신고를 반드시 하시고, 미납 월세는 공탁 여부를 검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경매 법원에 정해진 기간 내에 '나도 이 집에서 돈 받을 권리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신고(권리신고 및 배당요구)해야만, 나중에 집이 팔렸을 때 그 매각 대금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보증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법원에서 보낸 통지서에 '연체된 차임 등을 공제한 잔여보증금에 대한 계산서를 첨부하라'고 명시된 부분도 핵심이다. 이는 법원이 배당금을 정할 때, 보증금에서 밀린 월세를 제외하고 계산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월세 납부 방식에 대한 세입자의 선택이 최종적으로 돌려받을 보증금 액수를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보증금 300만 원의 운명은 이제 세입자의 신중한 선택과 신속한 법적 대응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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