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장사한 가게인데 건물주가 '리모델링' 통보…비워줘야 하나?
7년 장사한 가게인데 건물주가 '리모델링' 통보…비워줘야 하나?
갑작스러운 건물주 교체와 퇴거 요구에 놓인 자영업자.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줄까? 변호사 3인의 공통된 조언과 판례를 통해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한 자리에서 7년간 가게를 일궈온 A씨에게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이유로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7년 일군 가게, '리모델링' 한마디에 쫓겨날 판…법은 누구 편일까
7년간 한 자리에서 묵묵히 가게를 일궈왔다. 단골도 제법 늘었고, 이만하면 안정적이라 생각했다.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을 이어왔기에 이번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건물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함께 평온했던 내 일상에 거친 파도가 밀려왔다. 상속인이 된 딸과 사위는 6월 말, 가게로 찾아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던졌다. "건물이 낡아 리모델링해야 하니 12월까지만 장사하고 가게를 비워주세요." 7년의 세월과 피땀으로 일군 내 가게가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건물주 '리모델링 할 거니 나가라'...법의 답은 'NO'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쫓겨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나의 든든한 방패라고 말한다. 상임법은 장사하는 사람에게 최초 계약일로부터 최대 10년까지 계약 연장을 요구할 권리(계약갱신요구권)를 보장한다. 7년간 영업한 나에게는 아직 3년의 시간이 법적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건물주가 내세운 '리모델링'은 계약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법의 잣대는 냉정하다. 법원은 건물이 낡아 무너질 위험이 있는 '안전사고 우려에 따른 재건축'과 '단순 리모델링'을 엄격히 구분한다. 상임법 제10조는 객관적인 안전진단 결과 없이, 단순히 건물이 낡았다거나 미관을 개선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과거 법원 역시 "건축된 지 60년이 넘고 누수가 잦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나73258 판결)고 판시했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통보는 법적 효력이 없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7년 장사 밑천 '권리금', 건물주가 막으면 손해배상감
만약 3년의 기간을 채우지 않고 가게를 넘기기로 마음먹는다면, 7년간 쌓아 올린 영업 가치, 즉 '권리금'은 어떻게 될까. 상임법은 이 권리금 회수 기회 역시 철저히 보호한다. 나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길 수 있다. 이때 건물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없다.
건물주가 "어차피 리모델링할 거라 새 임차인은 안 받는다"고 버티는 것은 권리금 회수를 막는 대표적인 '방해 행위'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재건축 계획 등을 이유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도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7다225312 판결)고 명확히 했다. 만약 건물주의 방해로 내가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된다면, 나는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물어낼 수 있다.
법은 당신 편, '내용증명'으로 협상 테이블 열어라
법적 분석을 종합하면 나는 이 싸움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건물주의 퇴거 통보는 법적 효력이 없고, 나는 최소 3년간 장사를 더 할 수 있다. 이 강력한 법적 권리는 건물주와의 협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다. 전문가들은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공식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건물주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두 가지 길을 놓고 실리를 따져볼 수 있다. 하나는 계약을 갱신하고 영업을 계속하는 것. 리모델링이 꼭 필요하다면 공사 기간 동안의 영업손실 보상과 임대료 감면 등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건물주로부터 권리금에 준하는 합의금을 받고 원만하게 계약을 끝내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해 섣불리 포기하기엔, 법이 보장한 당신의 권리는 너무나 강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