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퍼뜨린 모욕적 소문, 동료 진술서에 담아도 될까요?”
“상사가 퍼뜨린 모욕적 소문, 동료 진술서에 담아도 될까요?”
전문가들 “직접 들은 욕설이 핵심 증거, 소문은 공연성 입증하는 보조 자료”

직장 내 모욕죄 고소 시, 상사의 욕설을 '직접 들은' 동료의 진술은 공연성 입증의 핵심 직접 증거가 된다. / AI 생성 이미지
직장 내 모욕죄 고소, '직접 들은 욕설'과 '전해 들은 소문'의 증거 능력 차이는?
상사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듣다 못해 결국 그를 고소한 직장인 A씨. 경찰 조사까지 마쳤지만, 수사관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요청을 받았다. “모욕이 될 만한 내용을 들은 회사 동료들에게 진술서를 받아오세요.”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상사가 자신을 욕하는 걸 직접 들은 동료의 진술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사무실에 파다하게 퍼진 ‘모욕적인 소문’을 전해 들었다는 내용도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직장 내 모욕죄 사건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증거 수집의 갈림길에 선 A씨의 사연을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들여다봤다.
모욕죄의 심장 ‘공연성’, 목격자 진술이 관건
법률 전문가들은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 요건으로 ‘공연성’을 꼽는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단둘만 있는 공간에서 이뤄진 욕설은 모욕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3자인 동료가 모욕적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동휘 변호사(법률사무소 승문)는 “피고소인이 A씨를 모욕하는 것을 직접 들은 사람들의 진술서가 필요하다”고 명확히 했다. 이희범 변호사(라미 법률사무소) 역시 “둘만 있는 상황에서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제3자의 목격 사실을 입증할 진술서 확보가 기소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즉, A씨의 상사가 모욕적 발언을 하는 현장에 있었던 동료의 진술은 사건의 유무죄를 가를 가장 강력한 ‘직접 증거’가 되는 셈이다.
‘전해 들은 소문’, 쓸모없는 증거일까?…‘간접 증거’의 가치
그렇다면 동료들이 직접 듣진 않았지만, A씨에 대한 모욕적인 소문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은 아무런 효력이 없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러한 진술은 직접 증거가 되긴 어렵지만,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데 중요한 ‘간접 증거’ 또는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회사 내에서 A씨에 대한 모욕적인 소문이 퍼졌다면 이는 간접적으로 피고소인의 의도를 증명하거나 명예훼손과 같은 다른 법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문의 존재 자체가 모욕적 발언이 여러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내포한 ‘공연성’을 뒷받침하고,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 또한 “모욕적인 소문이나 그로 인한 A씨의 피해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정황들도 진술서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소문의 출처와 전달 경로가 특정될수록 증거로서의 가치는 높아진다. 이진채 변호사(법률사무소 가호)는 “소문의 출처와 전달해준 사람이 특정되고 진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증거 가치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진술서 작성, ‘팩트’와 ‘소문’ 구분해야…최종 전략은?
결론적으로 A씨는 두 종류의 진술서를 모두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첫째는 상사의 모욕 행위를 ‘직접 목격한’ 동료의 진술서다. 이는 사건의 핵심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다.
둘째는 A씨에 대한 나쁜 소문을 ‘전해 들은’ 동료의 진술서다. 이 경우, 진술서에 ‘누구로부터,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의 소문을 들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직접 들은 사실과 구분해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상대방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만한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여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많은 염려가 된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토대로 내 편이 되어 줄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일상의 평온함을 되찾으시기를 권유 드린다”고 조언했다.
직장 내에서 벌어진 모욕 행위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과정은 이처럼 험난하다. 귓가에 박힌 모욕적인 언사와 등 뒤에서 수군대는 소문들. 흩어진 증거의 조각들을 꿰어 맞춰 진실을 증명하는 일은 결국 피해자의 손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