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프로드 영상 올렸다가 '군사기지법 위반' 날벼락
4년 전 오프로드 영상 올렸다가 '군사기지법 위반' 날벼락
표지판도 없던 비포장도로... '몰랐다'는 주장, 통할까?

4년 전 오프로드 영상으로 군사기지 무단 침입 혐의 조사를 받는 시민이 "통제 표지판이 없어 군사 구역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단순 취미로 즐긴 4년 전 오프로드 영상 한 편이 '군사기지 무단 침입'이라는 무거운 혐의로 돌아왔다.
통제 표지판 하나 없던 평범한 산길이었다는 주장과 안보수사팀의 강도 높은 조사 사이에서, 사건의 운명은 '고의성' 입증 여부에 달렸다.
4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피의자가 된 한 시민의 당혹스러운 사연을 법률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4년 만의 카톡 소환장, '평범한 산길'이 군사구역?
4년 전, 오프로드를 즐기던 A씨는 동호인 6명과 함께 경기도의 한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당시의 즐거운 기억을 담은 영상은 A씨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됐다.
평범했던 일상은 4년이 흐른 뒤 한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산산조각났다. 발신인은 경기도북부경찰청 안보수사3팀. 죄명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A씨는 순식간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A씨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해당 구역에 진입할 때 따로 통제를 하거나 군사시설구역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영상을 보더라도 평범한 비포장도로처럼 보일 뿐, 군사시설이나 출입통제구역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당시 함께했던 6명 모두가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 경찰 연락을 받기 전까지 그 누구도 그곳이 군사통제구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은 차량의 불법 튜닝 문제까지 거론했다. A씨는 현재 해당 차량을 처분한 상태이며, 문제가 된 유튜브 영상도 삭제했다.
'알고도 들어갔나'…법정 가를 단 하나의 질문, '고의성'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고의성'으로 꼽았다. 군사기지법 위반은 해당 구역이 통제구역임을 알면서도 들어갔을 때 성립하는 '고의범'이기 때문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형사 처벌은 기본적으로 '알고도 저지른 행위(고의)'를 전제로 한다”며 “진입 당시 울타리, 초소, 금지 표지판이 없어 군사구역임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규 변호사 역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해당 장소가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 또는 출입통제구역임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라며 “일반 비포장도로처럼 보였고 별도 통제나 표지가 없었다면 고의 부인 사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씨와 동행했던 6명 전원의 진술이 “군사시설인지 몰랐다”는 내용으로 일치한다면,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영상 삭제와 불법 튜닝, 엎친 데 덮친 격?
A씨가 경찰 소환 통보 후 유튜브 영상을 삭제한 행위는 어떻게 작용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김영오 변호사는 “조사 전에 지우셨다면 증거인멸로 해석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며 “소환 통보 받고 지웠다는 타이밍이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다수의 변호인들은 경찰이 이미 영상을 확보한 후 수사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삭제 행위 자체가 결정적인 불이익이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이선 변호사는 “삭제 행위는 추가 위법을 막기 위한 자발적 시정 조치였음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량 불법 튜닝 혐의는 군사기지법 위반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자동차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차량을 이미 처분했더라도 과거 영상 기록을 통해 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입증의 어려움이 있고, 설령 문제가 되더라도 군사시설 건과 분리되어 경미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 "초범이고 고의 약하면 기소유예 가능"…대응 전략은?
전문가들은 A씨가 초범이고, 군사정보 수집 등 악의적인 목적이 없었으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허훈무 변호사는 “안내판이나 펜스 등 금지 구역임을 알 수 있는 표지가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소명하고, 영리 목적이 아닌 단순 취미 활동이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핵심 전략은 첫 경찰 조사에서의 '일관된 진술'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6명의 진술이 '군사시설인지 몰랐다'는 것으로 일관되어야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교현 변호사는 “단순히 ‘알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상 고의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체계적 주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당시 현장 상황을 보여주는 로드뷰나 위성 지도, 영상 원본 등을 증거로 준비하고, 조사 전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진술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