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에 전과자 낙인 지울까…폭행 피의자 A씨의 '운명의 1시간'
전화 한 통에 전과자 낙인 지울까…폭행 피의자 A씨의 '운명의 1시간'
단순폭행 '유선 형사조정'의 함정…합의서 없이도 '공소권 없음' 가능하지만, 전문가들 "뒤집힐 가능성, 이것 하나로 막아야"

단순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유선 형사조정을 앞둔 A씨의 마음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전화 한 통으로 폭행 사건 끝?…피의자 A씨 시선으로 재구성한 '유선 형사조정'의 빛과 그림자
전화벨이 울리면,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 단순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A씨. 그의 눈앞에 놓인 것은 차가운 법정이 아닌, 수화기 너머로 진행될 '유선 형사조정'이다.
이 전화 한 통으로 전과자라는 주홍글씨를 피할 수 있을까. A씨의 타는 목마름과 함께, 전화 조정의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합의서 없이 끝?…한 줄기 빛, '유선 형사조정'
"정말… 합의서 같은 서류 없이도 괜찮을까요?"
A씨의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하다. 피해자와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사건이 끝날 수 있다는 희망과,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이 한 줄기 빛은 과연 진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희망은 근거가 있다. 다수의 변호사는 유선 형사조정이 성립되면 별도의 합의서 없이도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핵심은 단순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라는 점이다. 조정 과정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순간, 처벌의 가장 큰 전제가 사라지는 셈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형사조정이 성립되면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서로 인정되는 조정조서가 작성된다"며 "검찰은 이 조서를 근거로 '공소권 없음(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결정)' 처분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소식이다.
"뒤집힐 수 있다"…변호사들의 경고, 꺼지지 않는 불안의 불씨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다른 목소리가 A씨의 발목을 잡는다. "만약 피해자가 마음을 바꾸면요?" 일부 변호사들은 전화 조정의 간편함 뒤에 숨은 위험성을 경고하며,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정찬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피해자가 처벌불원 입장을 철회하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영림 변호사 역시 "피해자의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므로, 만약을 대비해 별도의 합의서를 받아 두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희망에 부풀었던 A씨의 마음에 다시 불안의 불씨가 피어오른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 차이는 '최선'과 '차선'의 문제로 귀결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정 과정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녹취나 서면 등 명확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현권 변호사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문구가 명확히 기재된 조정 결과서를 반드시 받아둬야 분쟁의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상 한번 표시한 처벌불원 의사는 철회하기 어렵지만, A씨 입장에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할 판이다.
'공소권 없음'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A씨의 마지막 선택
혼란스러운 A씨가 붙잡아야 할 가장 확실한 동아줄은 무엇일까. 그것은 형사조정이 범죄피해자보호법에 근거한 '공식 절차'라는 사실이다. 대검찰청의 '형사조정 실무운용 지침' 역시 반의사불벌죄 사건에서 조정이 성립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절차 자체의 신뢰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결국 A씨가 처벌을 피하고 사건을 원만히 마무리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적 기술이 아닌 진심어린 태도에 있다. 형사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해 합의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고, 피해자의 용서를 구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명확한 의사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만이 벌금이나 재판이라는 파도를 피할 유일한 방파제다. A씨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간, 그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야 할 것은 단순한 합의금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죄의 목소리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