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했는데도 불안'…증거없는 전남친 불법촬영, 몇 년 지났어도 고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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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했는데도 불안'…증거없는 전남친 불법촬영, 몇 년 지났어도 고소 가능할까?

2026. 01. 15 17:4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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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는 불법촬영 트라우마, 법률 전문가들 "일관된 진술이 핵심 증거, 압수수색으로 클라우드 유포 막아야"

전 연인에게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여성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법적 대응을 고민 중이다./ AI 생성 이미지

전남친의 '몰카' 트라우마…증거 없이 수년 지나도 처벌 가능할까


"핸드폰에서 삭제는 했지만 클라우드나 백업에 사진이 남아있을까 봐 걱정만 맨날 하고 있습니다."

전 연인에게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뒤 수년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여성의 절박한 호소다.


사건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인 관계였던 A씨는 남자친구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숨기는 것을 보고 의심을 품었다. 추궁 끝에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남자친구가 관계 중 A씨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는 것이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사진을 삭제하도록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사진첩을 확인했다가 자신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추가로 발견하고 이마저 지우게 했다. 당시 어리고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A씨는 더 큰 피해를 볼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사진 삭제만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사건은 A씨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사진이 클라우드 등 다른 곳에 백업되어 인터넷에 유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수년째 A씨를 괴롭혔다. 결국 트라우마로 남은 고통을 끝내기 위해 법적 대응을 고민하게 됐지만, 당시 대화는 모두 직접 만나서 했기에 카카오톡 대화 같은 물증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증거 없이 수년 지났는데…고소 가능할까?


가장 큰 쟁점은 시간이 오래 지났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상대방의 행위는 명백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증거가 없더라도 진술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며 "당시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기억하여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소시효 문제도 희망을 걸어볼 만한 부분이다. 법무법인 엘에프(LF) 박성민 변호사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공소시효는 보통 7년이 적용된다"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몇 년이 지난 뒤라도 고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7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신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법무법인 온조 김민정 변호사는 "오래 전 사건이라 하여 신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신고하지 못한 이유(트라우마 등)를 소명하고, 정신과 상담 내역이나 일기 등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유포' 불안감, 확인할 방법은?


A씨를 가장 괴롭히는 '유포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고소가 이뤄져야 경찰이 강제 수사에 착수해 실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고소를 하면 경찰에서 곧바로 압수, 수색을 진행할 것"이라며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을 폐기하기 이전에 압수,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통해 삭제된 파일이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강제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즉, A씨가 용기를 내 고소에 나선다면, 수사기관은 가해자의 휴대전화, PC, 클라우드 계정 등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씨가 모르는 추가 촬영물이 있는지, 해당 사진들이 외부에 유포됐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신적 피해, 보상받을 길은 없나?


형사 처벌과 별개로 A씨가 겪은 수년간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도 가능하다.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배상받는 민사소송을 통해서다.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 절차에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 등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 A씨가 트라우마로 인해 받은 정신과 치료 기록 등은 피해를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A씨의 사례는 직접 증거가 없고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대응을 포기할 사안이 아니다. 7년의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면,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무기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A씨를 괴롭히는 '디지털 유령'의 실체를 확인하고 추가 유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진술이 '디지털 주홍글씨'의 공포를 끝낼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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