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용서했는데, 국가는 처벌?…'12대 중과실'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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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용서했는데, 국가는 처벌?…'12대 중과실'의 덫

2025. 10. 20 10:4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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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합의에도 '전과자' 위기…'선고유예' 향한 위험한 도박, 정식재판의 두 얼굴

12대 중과실 교통사고는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신호위반 딱 한 번, 피해자 용서에도 벌금 200만 원…'12대 중과실'에 발목 잡힌 운전자의 눈물


한순간의 신호위반이 운전자 A씨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받은 '처벌불원' 합의서가 무색하게, 검찰은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통보했다.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 앞에, A씨는 '선고유예'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잡기 위해 정식재판이라는 위험한 도박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당신 용서는 필요 없다'... 합의서 무력화시킨 '12대 중과실'


A씨를 절망시킨 건, 피해자의 용서가 법정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전치 2주 상해를 입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지만, 법의 저울은 차가웠다.


문제는 A씨의 사고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이 정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했다는 점이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12가지 중대 위반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개인 간 합의만으로 중대 교통범죄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공공안전을 위한 입법적 결단이다. 검찰이 A씨의 합의 노력을 참작하면서도 벌금형을 구형한 이유다.


전과자 낙인 피할 단 하나의 길, '선고유예'를 향한 도박


벼랑 끝에 선 A씨에게 법률 전문가들이 내민 마지막 카드는 '정식재판'이었다.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법정에 서면, 판사에게 직접 반성의 진심과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가 생긴다. 목표는 단 하나, '선고유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나 형의 선고를 미루는 판결이다. 선고유예 후 2년이 무사히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돼, 범죄경력자료에 남지 않는다. 벌금형도 전과인 현실에서 A씨에겐 천금 같은 기회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 경미한 피해 정도, 진지한 반성은 선고유예를 끌어낼 매우 유리한 사정"이라고 분석했다.


'더 세게 때릴 순 없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함정


하지만 정식재판 청구는 양날의 검이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규정한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원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여기엔 치명적 함정이 숨어있다. 벌금형을 징역형으로 바꾸는 등 형의 종류를 바꾸는 건 금지되지만, 같은 벌금형 내에서 액수를 올리는 것은 불이익 변경으로 보지 않는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재판부가 사안을 더 무겁게 본다면 검찰이 구형한 200만 원보다 훨씬 높은 벌금이 선고될 위험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전과 말소'와 '벌금 폭탄' 사이, 위험한 줄타기가 시작된 셈이다.


피해자의 눈물 vs 국가의 저울, 당신의 생각은?


A씨의 사례는 '피해자가 용서했는데 왜 국가가 개입하는가'라는 국민 법감정과 '중대 법규 위반은 엄벌해야 한다'는 법적 안정성이 충돌하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12대 중과실 조항은 돈으로 해결하고 끝내는 그릇된 인식을 막고 교통안전이라는 공익을 지키는 중요한 방파제다. 하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까지 받은 운전자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A씨의 재판 결과는 개인의 운명을 넘어, 우리 사회가 두 가치 사이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지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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