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아버지의 '톡톡', 비극인가 범죄인가
조현병 아버지의 '톡톡', 비극인가 범죄인가
13세 여아 추행 혐의… 법조계, '심신미약' 입증이 관건

쇼핑몰 엘리베이터에서 13세 여아를 만진 조현병 아버지가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쇼핑몰 엘리베이터에서 13세 여아의 어깨를 '톡톡' 친 조현병 아버지. 그의 행동은 성범죄일까, 정신질환이 부른 비극일까?
경찰 조사에서 CCTV를 보고 무너진 아버지와 정신병원 입원. 법조계는 그의 운명이 '심신미약' 입증과 '피해자 합의'라는 두 개의 열쇠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베이터 안의 '톡톡'…성범죄 낙인 앞에 선 아버지
사건은 2025년 12월 25일, 한 쇼핑몰 엘리베이터에서 시작됐다.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던 아버지가 4명의 여자아이 그룹에게 말을 걸며 함께 탑승했다. 그는 아이들 중 한 명의 옆구리를 손으로 톡톡 치고, 다른 한 명의 어깨를 톡톡 치며 대화를 시도했다.
엘리베이터 안의 다른 승객들이 이를 제지했지만,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아이들을 뒤쫓아가다가 순찰 중이던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사건 발생 며칠 뒤인 2026년 1월 3일,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3월 11일, 병원을 찾은 경찰에게 조사를 받으며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본 뒤에야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
피해 아동은 13세로, 부모는 이미 국선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사건은 곧 검찰로 넘어갈 예정이다.
"징역형 처벌" vs "추행 고의 없어"…법조계의 팽팽한 시각차
법조계의 시선은 복잡하게 엇갈린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안의 위중함을 경고한다.
김무룡 변호사는 "본 사안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이므로 일반 강제추행보다 처벌 수위가 훨씬 높은 '성폭력처벌법(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이 적용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동현 변호사 역시 "아청법 혹은 성폭법 위반은 자칫 잘못 대응하였다가 징역형 등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라며 엄중한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추행의 '고의성' 자체를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이선 변호사는 "강제추행죄가 성적만족의 목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추행행위라 함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고의성이 부정될 경우 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일권 변호사도 "여자 아이 1명에게 옆구리를 손으로 톡톡 친 것은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고, 어깨를 톡톡 친 것은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일한 열쇠 '심신미약'…골든타임을 잡아라
의견은 갈리지만, 모든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핵심 열쇠는 바로 '심신미약'이다. 심신미약은 정신질환 등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인정될 경우 법적으로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
고재영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 관련 자료입니다"라고 단언하며 정신병원 입원 기록, 조현병 진단서, 약물 처방 기록 등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무룡 변호사는 검찰 송치 전후가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지금부터는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법리적으로 입증하여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조현병으로 인한 인지 왜곡 가능성을 정교하게 소명하는 것이 재판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 보루 '피해자 합의', 그러나 "2차 가해는 절대 금물"
심신미약 주장과 함께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절차는 '피해자와의 합의'다. 김희원 변호사는 "실제로 제가 맡은 사건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 상대로 한 추행 사건에서 재판에서 합의가 진행되는 등의 사유로 집행유예로 사건이 마무리될 정도로 합의가 중요합니다"라고 경험을 전했다. 김준성 변호사 역시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기소유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피해자 측이 이미 국선변호사를 선임한 만큼, 가해자 가족이 직접 연락하는 것은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준성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시도하여야 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 의사를 법적 대리인을 통해 조심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최후의 보루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