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80% 냈는데 이혼하니 빚만" 남편의 눈물
"생활비 80% 냈는데 이혼하니 빚만" 남편의 눈물
아내는 3500만원 줄테니 집 달라…4400만원 빚은 나 몰라라

결혼 2년 만에 이혼 위기에 처한 남편. 주택 비용과 생활비를 대부분 부담했지만, 아내는 집과 3500만 원만 제안해 4400만 원의 빚만 남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2년여 결혼생활 동안 주택 구매 비용과 생활비의 80%를 책임진 남편이 이혼 위기에 내몰렸다. 아내는 집을 자신이 갖는 조건으로 3500만 원을 제안했지만, 남편에게는 생활비 명목으로 빌린 4400만 원의 빚이 고스란히 남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편 명의의 대출이 '공동 채무'로 인정받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과거의 폭행 사실이 '위자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년 결혼생활의 끝…남은 건 4400만원 빚
2023년 6월 혼인신고를 한 A씨. 결혼 3개월 만에 2억 1500만 원짜리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1억 6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과 생활비 대부분은 A씨의 몫이었다.
그는 약 2년 4개월간 매달 400만 원이 넘는 돈을 생활비, 대출 상환, 집 유지비로 썼다. 전체 비용의 70~8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A씨 명의로 4400만 원의 추가 대출까지 발생했다.
반면 아내는 일정 기간 직업이 없거나 단기 근무를 반복했고, 최근 10개월 정도 월 200만 원대 수입이 있었을 뿐이다.
결국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아내가 내건 조건은 '집은 내가 가질 테니, 3500만 원을 받고 나가라'는 것.
A씨는 황당했다. 3500만 원을 받아도 생활비로 썼던 대출 4400만 원이 고스란히 남는다. 당장 이사할 집의 보증금, 복비, 이사비까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한 상황. A씨는 이 합의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핵심은 4400만원 생활비 대출" 공동채무 인정받아야
변호사들은 A씨가 제안받은 3500만 원이 다소 부족하거나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재산분할은 단순히 명의가 아닌 '실질적 기여'를 따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반석의 최이선 변호사는 "생활비 목적의 대출 4,400만 원은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일상가사 채무'로 인정되어 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즉, 4400만 원 빚 역시 부부가 함께 갚아야 할 돈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유안의 조선규 변호사 역시 "3,500만 원을 받아도 본인 명의 채무가 남는 구조라면, 그 4,400만 원이 공동생활비 성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가 합의 적정성을 사실상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택의 순자산(시가-담보대출) 가치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3500만 원이 아주 터무니없는 금액은 아닐 수 있지만, A씨가 떠안게 된 빚까지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A씨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빌린 돈의 성격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싸움이 됐다.
'멱살 한번 잡았는데'…별개의 위자료 청구 가능성
A씨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바로 혼인 중 아내와 있었던 신체적 충돌이다. 아내는 당시 진단서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A씨는 이 사실이 재산분할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재산분할은 '재산 형성 기여도'를 따지는 청산의 과정이고, 폭행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즉 위자료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협상 과정에서 A씨에게 불리한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는 "상대방이 진단서를 보유한 경우 위자료 청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재산분할 비율 자체를 크게 뒤집는 요소는 아니고, 별도의 위자료 문제로 분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재산분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다 자칫 위자료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뜻이다.
소송이냐 합의냐, '강제력 있는 합의서'가 답
상황이 복잡해지자 A씨는 소송까지 고려했다. 법률사무소 가호의 이진채 변호사는 "원하는 결과를 명확히 하고, 그 결과를 강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재판상 이혼(소송이혼)’"이라며 어설픈 합의는 더 큰 소송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수의 변호사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소송으로 가더라도 폭행 사실이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현재 제안보다 반드시 나은 결과를 얻는다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최선의 전략은 '제대로 된 합의'를 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율경 홍수경 변호사는 "단순히 금액만 정할 것이 아니라 지급기한, 미지급 시 지연손해금, 집 인도 시점,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함께 명확히 정해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A씨의 경우, 정산금에 폭행에 대한 위자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4400만 원 채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향후 어떠한 이유로도 추가적인 금전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추가 청구 포기 조항'을 반드시 합의서에 명시해야 뒤탈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