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하고 샀잖아요!" 직거래 4시간 만의 환불 요구, 누구 책임?
"확인하고 샀잖아요!" 직거래 4시간 만의 환불 요구, 누구 책임?
'환불 불가' 명시에도 "고지 안 된 하자" 주장…전문가들 "판매자 책임 없어"

중고 아이패드 직거래 후 액정 불량으로 환불을 요구받았으나, 법률 전문가들은 '환불 불가' 명시, 현장 확인 기회, 거래 후 문제 발생의 인과관계 입증 어려움 등을 이유로 판매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 AI 생성 이미지
"직거래로 꼼꼼히 살피고 사 가셨는데…" 중고 아이패드를 판매한 A씨는 거래 4시간 만에 구매자로부터 "액정에 불량이 있다"며 환불을 요구받았다.
판매 게시글에 '흠집 있음'과 '환불 불가'를 명시했고, 구매자가 현장에서 물건을 직접 확인했는데도 벌어진 일이다.
이런 경우 판매자는 법적으로 환불해 줘야 할 의무가 있을까? 빈번한 중고거래 분쟁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확인하고 샀잖아요" vs "고지 안 했잖아요"... 4시간 만에 뒤집힌 거래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판매자 A씨는 약 한 달 전 중고로 구매했던 아이패드를 되팔기로 마음먹었다.
판매글에는 '한 달 전 중고 구매', '배터리 효율 97%', '흠집 있음' 등 제품 상태를 상세히 기재했고,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명확히 넣었다.
이를 본 구매 희망자 B씨는 별다른 질문 없이 직거래를 요청했고, 약속한 날 만나 물건을 확인한 뒤 값을 치렀다. 하지만 거래가 끝나고 4시간 뒤, B씨는 "디스플레이에 불량이 있다"며 돌연 환불을 요구했다.
B씨는 "액정에만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구매했던 터라, 해당 하자가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불을 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한 달간 사용하며 전혀 이상을 못 느꼈고, 직거래 때 구매자가 직접 확인까지 마친 사안"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변호사들 "판매자 책임 묻기 어렵다"... 핵심은 '확인 기회'와 '인과관계'
법률 전문가들은 판매자의 손을 들어줬다.
김경태 변호사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해당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제품의 상태를 사진과 함께 상세히 설명했고, 직거래 시 구매자가 제품을 확인한 후 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고거래의 특성상 물품의 완전성을 보장하기는 어려우며, 구매자가 거래 전 제품 상태를 확인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점은 구매자의 책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판매자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박 변호사는 "거래 후 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한 문제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구매자가 환불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두 변호사 모두 "판매자가 제품 상태를 고의로 속이거나 은폐한 증거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환불 불가' 특약의 효력은? 법원의 판단 기준
우리 민법은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 판매자가 책임을 지도록(하자담보책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매자가 하자를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했을 때는 예외다.
법원은 '일반 보통 사람이 주의를 했더라면 알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하여 알지 못한 경우'를 구매자의 과실로 본다. 특히 중고거래에서는 '환불 불가' 같은 특약의 효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례(2022나25614)는 중고물품 거래에서 판매자가 물품 사진을 게시했고, 구매자가 이를 확인했으며, '반품·환불 불가' 조건을 명시했다면 이는 '담보책임면책특약'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물론 판매자가 안전벨트가 끊어진 유아 전동차처럼 중대한 하자를 알면서도 고의로 숨겼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구매자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하자에 대해서는 판매자의 책임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하자를 최대한 상세히 고지하고, 구매자는 현장에서 꼼꼼히 확인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