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쿵 소리에 월세방 전전'…1년 반 층간소음 지옥, 구제 가능할까
'새벽 쿵 소리에 월세방 전전'…1년 반 층간소음 지옥, 구제 가능할까
전문가들 "월세·치료비까지 배상 청구 가능, 감정적 맞대응은 금물"

윗집 층간소음으로 집을 나온 피해자는 소음 기록, 월세 영수증 등 객관적 증거를 모아 정신적 피해보상과 월세 등 실질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집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월세를 3개월, 2개월, 2주 이런 식으로 3번이나 나갔다가 온 상황입니다." 윗집 이사 후 1년 반 동안 계속된 층간소음에 시달리다 결국 자기 집을 두고 월세방을 전전해야 했던 한 시민의 호소다.
아이들의 뛰는 소리로 시작된 고통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의문의 '쿵' 소음으로 번졌고, 이제는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음 발생 기록과 외부 거주에 따른 비용 등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다면 정신적 피해보상은 물론, 월세와 치료비까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아이 뛰는 소리가 '의문의 충격음'으로
A씨의 악몽은 2024년 8월, 3살과 9살 아이가 있는 윗집이 이사 오면서 시작됐다. 처음 한 달간은 저녁 시간마다 집이 울리는 소음에도 '새로 이사 왔으니 그럴 수 있다'고 참았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인터폰으로 매트 설치를 정중히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절대로 매트 깔 생각 없다"는 싸늘한 한마디와 끊어진 통화음이었다. 그날 이후 아이가 뛰는 소리는 줄었지만, 대신 정체불명의 '중량충격음'이 A씨를 괴롭혔다.
아침, 저녁, 심지어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에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바닥을 치는 듯한 '쿵' 소리가 한 시간에 몇 번씩 반복됐다. 홈캠과 데시벨 측정기로 기록한 소음은 작게는 45데시벨(dB)에서 클 때는 야간 소음 기준(52dB)을 훌쩍 넘는 65dB까지 치솟았다.
특히 A씨가 집에 있는 주말이면 소음은 더욱 심해져, 1년 반이 넘도록 주말마다 집을 나와 밖을 떠돌아야 했다. A씨는 "윗집이 전부 외출했을 경우에는 이런 소리는 전혀 나지 않는다"며 보복성 소음이라는 강한 의심을 제기했다.
월세 영수증이 '법적 증거'로…수인한도 입증이 관건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단순한 이웃 갈등을 넘어 법적 조치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소음이 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 즉 '수인한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박재휘 변호사(법무법인 해송)는 "층간소음 사건은 '고의로 냈다'는 주장보다 객관적 반복성과 수인한도 초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배진혁 변호사(여울법률사무소) 역시 "위층의 행위가 고의적으로 소음을 내는 보복 소음이거나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소음이라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확보한 데시벨 측정 그래프와 홈캠 영상은 물론, 소음을 피해 지출한 '월세 영수증'과 수면장애 등으로 인한 '진단서'까지 모두 위자료와 실질적 손해액을 입증할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조언했다.
소송 전 '공식 측정'과 '내용증명'부터
변호사들은 섣부른 감정적 대응이나 소송보다 단계적 접근을 권고했다. 우선, 관리사무소에 서면으로 민원을 제기해 공식 기록을 남기고,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소음 측정을 의뢰해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윤준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소음 측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시면, 제3자 기관의 공인 측정값을 추가 증거로 확보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절차에도 소음이 계속된다면,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내용증명' 발송을 고려할 수 있다. 이동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소송 전 단계로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 소음 중단을 요구하고, 불응 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상대방이 패소할 가능성과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문제 해결을 도모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맞불 소음'은 최악의 수…"기록으로 대응해야"
만약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소송에 이르게 되면, A씨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임시 거처 마련에 쓴 월세 비용, 병원 치료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층간소음으로 인해 다른 곳을 임차해 지출한 월세도 재산상 손해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야 할 행동으로 '맞대응 소음'을 꼽았다. 섣부른 맞대응은 오히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민사소송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명기 변호사(서울종합법무법인)는 이와 관련해 "상대방이 민원 이후 오히려 더 큰 소음을 낼까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직접적인 항의나 맞대응은 피하시고 가능한 한 기록 중심으로 대응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