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사진으로 AI ‘연애 웹툰’ 만들어 올린 친구…우리끼리만 알아봐도 처벌될까?
지인 사진으로 AI ‘연애 웹툰’ 만들어 올린 친구…우리끼리만 알아봐도 처벌될까?
검색 안 되는 블로그에 닉네임으로 게시…다수 변호사 “피해자끼리 알아보는 것도 특정성 인정 근거”

지인의 사진을 AI로 무단 합성해 웹툰으로 제작한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피해자끼리만 서로를 알아봐도 명예훼손죄의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AI 생성 이미지
과거 오픈채팅에서 알게 된 후 사이가 멀어진 지인이 A씨와 친구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해 웹툰을 만들었다. AI로 사진을 합성해 만든 유사 연애 웹툰이었다.
가해자는 이 웹툰을 검색되지 않는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웹툰 속 인물들은 실명 대신 닉네임으로 등장했지만, A씨와 다른 피해자들은 누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A씨는 이처럼 사건과 무관한 제3자는 모르고 피해자들끼리만 서로를 알아보는 경우에도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피해자들만 아는 우리 이야기…법적으로 ‘특정성’ 인정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자들끼리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피해자 특정성’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다수 변호사는 특정성이 반드시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를 알아봐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쉴드 박수범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서 특정성은 반드시 불특정 다수가 그 대상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표현을 접한 사람이 정황상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감명 임지언 변호사 역시 “실명이 적혔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접한 사람들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알아볼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피해자 본인이나 주변 지인들이 해당 닉네임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정도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러 피해자가 등장하는 이번 사건의 경우, 각 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알아본다는 사실 자체가 특정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여러 피해자가 등장하고 각 피해자가 서로 상대방을 실제 인물로 알아볼 수 있는 구조라면, 각 피해자는 다른 피해자에 관한 표현에서는 제3자가 될 수 있으므로 특정성 판단에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AI로 사진 합성해 웹툰 제작…명예훼손 넘어 초상권 침해까지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명예훼손을 넘어 초상권 침해, 나아가 성범죄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의 없이 타인의 사진을 AI로 합성해 웹툰을 만든 행위 자체가 별도의 법적 책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실존 인물의 사진을 동의 없이 합성해 연애 웹툰처럼 게시했다면 초상권, 인격권 침해와 함께 명예훼손, 모욕, 정보통신망 관련 위법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합성된 웹툰의 내용에 따라 더 무거운 범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법무법인시티 이지훈 변호사는 만약 웹툰 내용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편집·반포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웹툰은 허위영상물제작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해, 구체적인 웹툰 내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올렸다 지우기’ 반복…가장 시급한 건 증거 확보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게시물을 올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만큼, 법적 대응에 앞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게시글 전체 화면, URL, 게시 일시, 닉네임, 삭제 반복 정황을 캡처와 영상으로 남기고, 각 피해자가 왜 자신으로 인식되는지 공통 진술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신결 윤주만 변호사 역시 “게시물이 삭제되기 전 원본 캡처와 URL, 게시 일시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며 “화면 녹화 또는 공증 가능한 방식으로 게시물 전체를 보전해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