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반격이었나, 쌍방폭행이었나 '가해자' 된 여성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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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반격이었나, 쌍방폭행이었나 '가해자' 된 여성의 절규

2025. 09. 17 22:4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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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 폭행에 맞대응하자 '가해자' 낙인

'스토킹' 경고까지 받은 여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내가 안 때리면 내가 죽겠구나, 그 생각뿐이었어요." 사랑했던 동거남의 폭력에 맞서 몸싸움을 벌인 여성 A씨는 그날 이후 '가해자'가 됐다.


남자친구의 112 신고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는 이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처지가 됐다.


사건은 A씨가 술을 마시고 새벽 3시쯤 귀가한 날 벌어졌다.


남자친구 부모님의 허락까지 받고 동거를 시작한 지 3개월째 되던 날이었다. 거실에서 자고 있던 남자친구를 깨우다 시작된 말다툼은 순식간에 폭력으로 번졌다.


A씨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남자친구는 그의 팔뚝을 강하게 잡아 밀쳤다. 방으로 피한 A씨의 귀에 들려온 것은 무언가 '때려 부수는' 소리였다. 잠시 후 나가본 거실에는 고양이 방지문과 빔프로젝터가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이어진 말싸움 중 남자친구는 또다시 A씨의 팔을 잡고 밀어붙였다.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A씨는 "내가 안 때리면 내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에 남자친구를 때렸다. A씨의 팔에도 남자친구가 잡아 생긴 멍이 들었지만, 그가 때려 생긴 멍이 더 심했다고 A씨는 털어놨다.


이후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앞두게 됐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A씨가 생활비 정산과 남은 짐 문제를 논의하려 연락한 것을 두고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생존 위한 반격' vs '도를 넘은 폭행' 정당방위와 쌍방폭행의 아슬아슬한 경계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다.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형법 제21조)로, 위법성이 사라져 처벌받지 않는다. 하지만 법원은 정당방위 성립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기에,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자친구가 먼저 폭력을 행사하고 물건을 부수는 등 위협적인 상황을 만든 점을 들어 정당방위 주장이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강민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상대방이 먼저 팔뚝을 강하게 잡고 밀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당방위 주장이 가능하지만, 상대방의 상해 정도가 더 심하다면 이 부분에 대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폭행이 방어 수준을 넘어선 '과잉방위'나, 서로 공격한 '쌍방폭행'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폭행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홍노경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는 "A씨가 한 대 때리자 상대방이 '더 때리라'고 말했다면,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음을 주장해 위법성을 다퉈볼 여지도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A씨가 느꼈던 생명의 위협과 공포심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짐 정리하자" 연락했을 뿐인데 '스토킹' 처벌도 받나?

A씨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혐의는 '스토킹'이다. 경찰마저 "찾아가면 스토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씨의 연락 목적에 주목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상대에게 접근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처벌한다.


신선우 변호사(법률사무소 예준)는 "생활비 정산, 짐 처리 등 용무에 한정된 연락은 스토킹처벌법상 처벌 요건인 '정당한 이유 없는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남자친구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을 유발할 목적으로 반복적인 연락을 한 것이 아니라면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남자친구 역시 자신의 짐 문제로 연락한 사실이 있다면, 이는 일방적 괴롭힘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수사기관의 경고를 받은 이상, 상대방에게 다시 접근하는 행위 자체가 추가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며 "짐 정리 등 남은 문제는 변호사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법적 대응 메뉴얼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A씨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증거 확보'와 '적극적 방어'를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부지석 변호사(법무법인 부유)는 "사건 직후의 상처 사진, 파손된 물건 사진, 사건 전후 주고받은 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A씨 팔에 생긴 멍 자국과 부서진 빔프로젝터 사진은 남자친구의 선제적 폭행과 재물손괴를 입증할 핵심 증거다.


나아가 A씨 역시 피해자로서 법적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상대방의 폭행과 재물손괴 정황이 명확하다면 별도로 고소해 방어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씨가 단순히 방어만 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의 범죄 혐의를 정식으로 문제 삼아 '쌍방 사건'의 구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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