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메일함에 '성기·대변 사진'이…익명의 발신자, 지메일 써도 반드시 잡히는 이유
내 메일함에 '성기·대변 사진'이…익명의 발신자, 지메일 써도 반드시 잡히는 이유
온라인에 유출된 이메일로 쏟아진 '음란물 폭탄'…피해자 시선에서 재구성한 법적 대응 절차와 디지털 성범죄의 최후

아침에 습관처럼 메일 함을 열어본 A씨는 첨부된 사진을 보고 극심한 수치심과 분노에 쌓였다 /셔터스톡
어느 날 내 메일함에 '성기 사진'이 도착했다…익명의 발신자, 잡을 수 있을까?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A씨는 습관처럼 이메일함을 열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업무 메일이 아닌,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이미지였다. 익명의 발신자가 보낸 성기 사진, 심지어 대변 사진까지. 순식간에 평범한 일상은 '디지털 오물 테러'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것도 죄가 되나요?"…절망 속 한 줄기 빛, '통매음'
극심한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인 A씨는 '이런 것도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법률 전문가의 문을 두드렸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명백한 성범죄입니다."
법조계는 이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림 등을 보내는 범죄다.
법무법인 쉴드의 임현수 변호사는 "증거와 함께 고소장을 제출하면 IP 주소 추적을 통해 발신자 확인이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A씨가 삭제하지 않고 보존한 이메일 한 통 한 통이 가해자의 덜미를 잡을 결정적 증거가 되는 순간이었다.
'구글은 못 잡는다'는 착각…수사기관은 어떻게 지메일 발신자를 특정하나
"지메일(Gmail)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못 잡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수사기관은 '로그인 IP 주소'를 통해 가해자의 실마리를 찾는다. 가해자가 지메일에 접속하는 순간, 그 위치를 알려주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가 구글 서버에 기록된다. 경찰은 이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MLAT)에 따라 미국 법무부에 협조를 요청한다. 절차가 다소 까다롭지만, 중대 범죄의 경우 구글은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가해자가 국내 통신사(KT, SKT, LGU+ 등)의 인터넷망을 이용해 접속했다면 추적은 훨씬 수월해진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IP 주소를 국내 통신사에 조회하면 해당 시간에 그 IP를 사용한 가입자의 인적사항이 특정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세상에 완전한 익명은 없다'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피해자를 위한 고소 절차 A to Z
갑작스러운 '메일 테러'에 당황한 피해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 확보'다. 절대 문제의 이메일을 삭제해서는 안 된다. 발신자 정보, 수신 시각, 제목, 본문 내용과 첨부파일까지 화면 전체가 나오도록 여러 장 캡처하고, 원본 이메일 자체도 별도로 저장해둬야 한다. 이메일 헤더(header) 정보까지 저장하면 발신 서버 추적에 더 유리하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신분증을 지참하고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이나 사이버범죄수사팀을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하면 된다. 고소장에는 피해 사실을 6하 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가해자를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준비해 간 증거자료는 인쇄물과 USB 등 파일 형태로 모두 제출하는 것이 좋다.
'통매음'이 전부가 아니다…상습범에게 적용될 수 있는 추가 혐의는?
음란물 전송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된다면 통매음 외에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한다.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괴롭힘으로 판단될 경우 이 법이 적용된다.
만약 이메일 내용에 피해자의 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 이는 명백한 '협박죄'에 해당한다. "가만두지 않겠다"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낄 만한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이처럼 수사기관은 범행의 동기와 양상에 따라 여러 법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한다.
징역형 넘어 '금전 배상'까지…디지털 성범죄의 진짜 최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엄연한 성범죄다. 유죄가 인정되면 벌금형에 그치더라도 성범죄 전과 기록이 남고,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뒤따를 수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욕망이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낙인으로 남는 셈이다.
형사 처벌이 끝이 아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민사 소송에서 불법행위를 입증하기가 매우 유리해진다.
위자료 액수는 범행의 횟수, 내용의 저속성,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의 정도 등을 종합해 결정되며, 통상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 이상이 인정되기도 한다. 범죄자는 형사적 책임과 민사적 책임을 모두 져야만 사건이 비로소 종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