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원 빌려준 친구, 중국 간다더니 증발… '떼먹을 사람은 아닌데'
5천만원 빌려준 친구, 중국 간다더니 증발… '떼먹을 사람은 아닌데'
전문가들 '민사소송·형사고소 병행해야…소멸시효 10년, 아직 늦지 않아'

돈 5천만원을 빌린 뒤 연락 두절이 된 친구 때문에 A씨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중국 간다던 친구의 증발, 5천만원은 공중으로? 연락두절 채무자에게 돈 받는 현실적 방법
"돈 떼먹고 잠적할 사람은 아니라고 아직 생각합니다." 5천만 원을 빌려준 지인이 중국 출장길에 오른 뒤 증발해버리자, A씨는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업 자금이 급하다는 말에 선뜻 거액을 내어준 지 2년, 믿었던 친구는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A씨의 악몽은 202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사업에 급전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A씨는 그의 말을 믿고 그해 5차례에 걸쳐 총 5천만 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2025년 6월 14일, 한순간에 끊어졌다.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중국에 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지인의 모든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내 친구, 중국에 갇혔나 혹은 날 피하나…개인이 소재 파악할 길 있나?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혹시 중국에서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닐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는 걸까?' 하지만 개인이 채무자의 행방을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준용 변호사(법무법인 도모)는 "개인 채무관계만으로는 상대방이 현재 중국에서 구금되어 있는지, 한국에 입국했는지와 같은 출입국·수사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의 서류 송달 과정에서, 형사 고소가 진행되면 수사기관이 신병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재 파악이 일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닫힌 문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 있는데 잠수 탔다면…민사소송 vs 형사고소, 뭐가 유리할까?
만약 지인이 한국에 돌아와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는 상황이라면 선택지는 명확해진다. 우선 민사적으로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동민 변호사(법무법인 효성)는 "차용증이 없어도 문자, 카톡, 통화녹음 등 다른 증거로 대여 사실을 입증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소 판결을 받으면 상대방의 부동산, 예금, 급여 등 재산을 압류해 빌려준 돈을 강제로 회수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돈을 빌려준 지 2년이 지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인 대여금 채권의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는 10년으로, A씨의 경우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더 강력한 카드는 '형사 고소'다.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처음부터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빌린 정황이 있다면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 채무자에게 매우 큰 심리적 압박을 줘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사기죄가 인정되면 채무자가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하더라도 해당 채무는 사라지지 않아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소송하려면 꼭 변호사 만나고 재판 가야 하나?
A씨처럼 생업이 있는 사람이 소송을 준비하고 재판에 일일이 참석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다행히 모든 절차를 직접 챙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동훈 변호사(클리어 법률사무소)는 "소송 준비를 위해 반드시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비대면 상담을 통해서도 충분히 사건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를 선임하면 재판 기일에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소송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변호사가 대리인으로서 대부분의 법정 절차를 대신 수행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A씨가 친구의 생사나 소재를 개인적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길은 열려 있다. 민사소송이 돈을 돌려받는 직접적인 절차라면, 형사고소는 상대를 압박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친구에 대한 믿음과 5천만 원이라는 현실의 무게 사이에서, A씨는 이제 법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기로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