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가고 관리비 펑펑” 아파트 회장 비리 폭로한 주민들…1·2심 유죄 뒤집고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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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가고 관리비 펑펑” 아파트 회장 비리 폭로한 주민들…1·2심 유죄 뒤집고 무죄

2026. 04. 30 10:48 작성2026. 04. 30 10:49 수정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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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구나" "파렴치" 격한 표현 썼지만

법원 "진실한 사실이며 공공의 이익 위한 것"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관리비 횡령과 유흥업소 출입 의혹을 폭로하며 "미쳤구나"라고 비난한 아파트 주민들이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우리의 피 같은 관리비를 물 쓰듯"… 아파트에 붙은 폭로 벽보


부산의 한 아파트. 지난 2020년 3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A씨는 회계 감사를 벌인 뒤 입주민 게시판에 충격적인 보고서를 올렸다. 회장인 B씨가 아파트 운영비를 불법으로 부당하게 지출했다는 내용이었다.


B씨가 강하게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하자 아파트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분노한 입주민들은 '관리비 바로잡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위원장 C씨를 필두로 회장 B씨의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해임 동의서를 받던 여성 입주민에게 다가가 강제로 서류를 빼앗고 상해를 입히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갈등은 극에 달했다.


결국 2020년 9월, 감사 A씨와 비대위원장 C씨는 입주자대표회의 사무실 앞에 벽보를 붙였다.


벽보에는 "진실은 회장님께서 입주민들을 속이고 우롱하며 룸살롱 등 다수의 유흥업소를 드나든 사실과, 접대부를 부르고 양주를 마시면서 우리의 피 같은 관리비를 법과 규약을 어기면서 물 쓰듯 펑펑 썼다는 것"이라는 적나라한 내용이 담겼다.


비대위원장 C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파트 로비 TV 모니터에 "미쳤구나 입주자대표회장", "당신에겐 회장이란 말 쓰기도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띄웠다.


또한 동의서 탈취 사건을 언급하며 "회장 B는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해놓고도 되레 본인이 여성 입주민에게 폭행당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A씨와 C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유죄, 대법원은 무죄… 운명 가른 형법 제310조


1심과 2심 법원은 이들의 행동을 유죄로 보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사건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와 모욕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그사이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는 결정적 증거도 나왔다. 회장 B씨가 실제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비 등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되어 2022년 8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 확정된 것이다.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부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종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지난 12월 5일, 피고인 A씨와 C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형법 제310조를 적용했다. 우리 형법은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그 사실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현수막과 모니터에 기재된 글의 주요 내용인 횡령과 폭행 행위는 객관적 사실과 일치한다"며 "아파트 운영비를 임의로 사용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해 입주민 공동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주된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유흥업소', '파렴치한', '코스프레' 등 자극적인 단어 사용에 대해서도 "입주자대표회장이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할 자질과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다소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이라며 위법성을 부정했다.


[참고] 부산지방법원 제1형사부 2025노1960 판결 (2025. 12. 5.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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