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티 난다” 수사관 문자 한 통…피의자 방어권 짓밟혔나
“거짓말 티 난다” 수사관 문자 한 통…피의자 방어권 짓밟혔나
법조계 “변호인 선임 위한 조사 연기는 정당한 권리…불공정 수사 시 수사관 기피 신청 가능”

A씨가 변호사 선임을 위해 경찰 조사 연기를 요청하자 담당 수사관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왔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변호사 선임하려 조사 미뤘더니…수사관의 ‘거짓말쟁이’ 낙인
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가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받은 문자 한 통에 피의자의 방어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변호인 선임을 위해 조사 연기를 요청했을 뿐인데, 수사관은 이를 ‘거짓말’로 단정하며 압박했다.
“조사 연기는 꼼수” 시작부터 기울어진 수사
사건의 시작은 A씨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자 경찰에 조사 일정 연기를 요청하면서부터였다.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피의자의 핵심적 권리다. 이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의 반응은 예상을 벗어났다. 그는 A씨의 요청을 ‘불출석을 위한 꼼수’로 치부하며 “거짓말 하지 마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시작부터 피의자를 잠재적 거짓말쟁이로 예단한 것이다.
A씨는 “과거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느낌”이라며 “숨이 막히고 너무 힘들다”고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다. 공정해야 할 수사가 편견에 사로잡혔다는 공포가 그를 짓눌렀다.
법조계 “명백한 방어권 침해, 위법 소지 다분”
법률 전문가들은 수사관의 행동이 매우 부적절하며 위법의 소지까지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변호인 선임을 위해 기일(조사 날짜)을 변경하는 것은 불법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 역시 “변호사 선임 준비,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고소 내용 확인 등은 충분히 합리적인 조사 연기 사유”라며 “이를 거짓말로 단정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꺾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공정 수사관’ 교체 요구, 방법은 있다
만약 A씨처럼 수사관의 편파성이 의심될 경우, 이를 교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수사관 기피 신청’ 제도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범죄수사규칙’ 제9조에 따라 수사관에 대한 기피 신청(수사관을 교체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절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짓말 하지 마라’는 문자 메시지는 ‘불공정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 사정’을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기피 사유를 담은 신청서와 증거를 제출하면 사건이 다른 수사관에게 재배당될 수 있다.
최선의 방패는 ‘신속한 변호인 선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결국 ‘신속한 변호인 선임’이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피의자가 직접 수사관과 소통하면 감정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며 “변호인을 통해 소통 창구를 단일화하고, 피의자 신문(경찰·검찰의 질문에 답하는 절차)에 동석해 부당한 압박을 즉시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의 사례는 단순히 한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우리 사회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전과자라는 낙인 속에서도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