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1년 만에 집 팔았다가 '배상 폭탄'
실거주 1년 만에 집 팔았다가 '배상 폭탄'
법의 허점 노린 매도, 법원 "명백한 불법행위"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이 2년 안에 집을 팔 경우,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없지만 법원은 이를 불법행위로 본다. / AI 생성 이미지
"직접 살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집주인이 1년만 실거주한 뒤 집을 팔면 어떻게 될까?
현행법은 '임대'가 아닌 '매도'는 처벌하지 않아 법의 허점으로 지적되지만, 법원은 이를 '정당한 사유'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이사비, 중개수수료는 물론 2년치 월세 차액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집주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법 조항엔 '매도' 없는데…법원은 왜 "배상하라" 하나?
계약 만료 후 실거주를 계획 중인 임대인 A씨. 하지만 1년 정도 살다가 집을 팔 경우, 기존 임차인에게 소송을 당할까 전전긍긍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2년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매도'는 규정 밖이다.
법무법인 우선의 이민철 변호사는 "동법 규정은 명확하게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됩니다"라고 지적했다. 법 조문만 보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법무법인 AK 하동균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거주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상태에서 집을 팔면 처음부터 실거주 목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입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률의 빈틈을 법원이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법리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1년 살았으니 괜찮다?'…'정당한 사유' 없으면 무용지물
법적 분쟁의 칼날은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 진정성'과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를 향한다. 1년간 실제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완전한 방패가 될 수 없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의 정진열 변호사는 "갱신거절 당시에는 진짜 살려고 했으나 전근, 질병 등 예상치 못한 정당한 사정변경이 생겨 1년 만에 팔았다면 책임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예측 불가능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법인 소울의 정진권 변호사는 "시세 차익 실현 등 단순 처분 목적이라면 ‘실거주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평가로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못 박았다.
결국 2년이라는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집을 팔게 된 불가피한 이유를 임대인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사비·중개수수료에 '2년치 월세 차액'까지
법원이 임대인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경우, 배상액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갱신 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지출한 이사 비용과 새집을 구하기 위한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기본적인 손해배상 범위로 꼽았다.
핵심은 월세 차액이다. 법원은 갱신이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임차인이 거주했을 2년 동안, 기존 주택의 월세와 새로 얻은 집의 월세 차액을 계산해 배상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새집의 보증금 마련을 위해 추가로 발생한 대출 이자 등도 '특별손해'로 인정될 수 있어 배상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경우, 전입신고, 관리비 납부 내역 등 실제 거주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반드시 보관하고, 부득이하게 매도할 시 그 사유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히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