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했더니 '넌 프리랜서', 퇴직금 0원이라는 사장...정말 못 받나요?
30년 일했더니 '넌 프리랜서', 퇴직금 0원이라는 사장...정말 못 받나요?
4대 보험 없이 30년 근무, '퇴직금 포기하면 정식 채용' 황당 제안까지

30년간 일한 노동자에게 사장이 '프리랜서'라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해도,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실질적 근무 형태가 중요하다. / AI 생성 이미지
1996년 7월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한 사업장에서 일해 온 A씨. 2인 교대, 주 6일 근무 체제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함께 일하던 동료가 퇴사하자, 사장은 A씨에게 황당한 제안을 했다. "지난 30년치 퇴직금은 양보하라. 그러면 한 회사 소속으로 전환시켜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장은 A씨가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프리랜서'라며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30년 세월에 대한 보상인 퇴직금만 믿고 달려온 A씨는 허무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정말 30년치 퇴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걸까?
'프리랜서 계약'이면 퇴직금 못 받나…법원 판단은 '실질'
결론부터 말하면, 계약서의 명칭이나 4대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A씨는 근로자에 해당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들은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근무 형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더라도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본다.
법무법인 선 고재현 변호사는 "실제로 그 사람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가 중요하다"며 "'3.3% 사업소득세로 처리했고 4대보험도 안 넣었으니 퇴직금 못 준다'는 논리만으로 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역시 "2인 교대근무를 하며 휴무와 연차에 대해 사용자의 지시(룰)를 따랐고, 1996년부터 동일 사업장에서 지정된 업무를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급여를 받아오셨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A씨의 경우 ▲30년 가까이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한 점 ▲2인 교대, 주 6일 등 사실상 정해진 근무 체계가 있었던 점 ▲휴무·연차도 회사가 정한 규칙 안에서 운영된 점 ▲매달 통장으로 급여를 받은 점 등이 모두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퇴직금 포기' 각서, 섣불리 썼다간 불리해질 수도
사장이 제안한 '30년치 퇴직금 포기' 약속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완전히 끝났을 때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재직 중에 미리 이를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은 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회사가 귀하에게 30년 치 퇴직금을 포기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끝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사전에 이를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도 "지금 단계에서 사측의 요구에 응하거나 합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추후 법적 대응 시 본인에게 불리한 입증 자료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사장의 제안에 동의하거나 관련 서류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무효인 합의라도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치 퇴직금, 어떻게 되찾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선 A씨가 '근로자'였음을 입증할 증거를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변호사들은 퇴사를 결정하기 전, 재직 중에 관련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급여 입금 내역, 출퇴근 기록, 근무표, 업무 지시 문자나 카카오톡, 연차 사용 내역, 함께 근무한 동료의 진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의 '퇴직금 포기' 제안 내용 역시 녹음이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남겨두면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증거가 확보되면, 퇴직 후 14일이 지나도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노동청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민사상 퇴직금 청구 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아야 한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급여 입금 명의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30년의 근속기간이 당연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 운영 주체와 업무 지시자가 누구였는지를 자료로 확인해 전체 기간의 퇴직금을 어느 상대방에게 청구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