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 번호 뿌렸더니 '스토킹'…징역형 위기
싫어하는 사람 번호 뿌렸더니 '스토킹'…징역형 위기
술김에 저지른 '번호 테러', 법원 "명백한 스토킹 범죄"…초범도 징역형 가능

술에 취한 A씨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B씨를 골탕 먹이기 위해 그의 전화번호를 여러 상담 및 예약 사이트에 뿌렸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띠링, 띠링, 띠링… 쉴새 없는 스팸 전화, 장난으로 시작된 '번호 테러'의 끝은 징역형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영문도 모른 채 울려대는 전화벨이 B씨의 일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수십 통의 스팸 전화와 문자는 끊이지 않았고, B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 모든 일은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던 A씨가 술김에 벌인 '복수극' 이었다.
A씨는 과음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앙심을 품고 B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여러 상담 및 예약 사이트에 무단으로 뿌렸다. 단순한 장난, 어리석은 복수심이라 생각했던 행동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IP 추적으로 덜미가 잡힌 A씨는 '스토킹 범죄자'라는 무거운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① '번호 테러'가 스토킹?…징역형 가능한 명백한 범죄
경찰의 출석 요구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A씨. 그의 행위는 결코 가벼운 장난이 아니었다. 변호사들은 A씨의 행위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준홍 변호사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보통신망으로 글이나 부호를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했다면 명백한 스토킹 행위"라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일상생활을 파괴할 정도였다면 범죄 성립은 더욱 명확해진다.
나아가 정보통신망법 위반(불안감 유발 정보 반복 전송)이나 업무방해죄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한 '번호 유포'가 여러 법률을 위반하는 중범죄로 번진 것이다.
② "술김에 한 실수"…법정에서 통하지 않는 변명
A씨가 기댈 곳은 '술김에 저지른 실수'라는 변명뿐이었다. 하지만 법의 잣대는 냉정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과음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고 해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음주를 이유로 한 심신미약 주장은 법정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여러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번호를 유포한 행위는 A씨의 '악의적 의도'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김동훈 변호사는 "단순 장난이었다고 주장하기보다,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③ 남은 길은 '합의'뿐, '기소유예' 향한 마지막 기회
결국 법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법은 '피해자와의 합의'였다.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할 수 있지만(반의사불벌죄가 아님), 합의 여부는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기현 변호사는 "혐의를 부정하기 어려운 만큼, 첫 경찰 조사부터 변호사와 함께하며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벌금형만 받아도 사회생활에 큰 불이익이 따르기에,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상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 그것이 A씨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길이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시작된 디지털 테러가 피해자의 용서 없이는 끝나지 않을 무거운 책임이 되어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