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냈는데 합의할 돈이 없습니다⋯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교통사고 냈는데 합의할 돈이 없습니다⋯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전치 14주 나온 피해자⋯합의금 2000만원 요구하지만 수중엔 500만원 뿐
변호사들 "실형 나올 가능성 큰 사안⋯무리해서라도 합의하는 게 좋아"
최후의 수단은 법원에 선처 기대하는 것⋯'공탁' 이용하는 것도

운전 중 신호 없는 건널목을 지나던 보행자를 친 A씨. 합의를 하고 싶지만, 수중에는 500만원 뿐이다. 이럴 경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셔터스톡
사고. 그것도 완전 대형사고였다.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운전자' A씨가 교통사고를 냈다. 신호가 없는 건널목을 지나가다 할아버지를 차로 친 것. A씨는 당시 119와 112에 신고 후 사고 처리를 했다. 할아버지는 목숨을 건졌지만 크게 다쳤다. 전치 14주의 진단을 받은 상황.
얼마 뒤, 사과와 합의를 위해 할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으로 찾아갔지만, 합의금 액수가 A씨 입장에서 만만치 않았다.
복직한 지 얼마 안 됐고, 혼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A씨 형편에 마련할 수 있는 건 500만원. 하지만 합의금은 2000만원. 그야말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결국 검찰은 A씨에게 '불구속 구공판 처분을 내렸다. 정식재판에 넘긴 것이다. 이 상황에서 A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검찰의 '구공판' 기소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JY 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A씨가 구공판 기소가 되었다는 것은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하지 않고, 금고형을 구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승인의 오승일 변호사도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된 점을 고려해 검찰이 금고 또는 징역형을 구형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검찰이 '구속'을 염두에 두고 재판에 기소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전치 14주는 중상해"라며 "업무상과실치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위반등으로 처벌이 매우 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교통사고처리법에 따르면,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무리해서라도 합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A씨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양형 사유는 피해자와의 합의"라며 "합의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가 시급해 보인다"고 했다. 더불어 "피해자 측이 요구한 합의금 2000만 원은 상해 수준에 비춰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좋은날 법률사무소의 김영삼 변호사 역시 위 의견을 같이 했다. 김 변호사는 "운전자보험 약관상 10주에서 20주 상해의 경우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이 2018년 2000만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5000만원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운전자보험 약관이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점에 비추어, 상대방이 요구하는 형사합의금 2000만 원은 크게 무리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A씨가 형사처벌 수위를 낮추려면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하나, 경제 사정 때문에 합의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경제적 사정으로 합의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원에 이를 사실대로 말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는 "구속되면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점, 합의금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라"고 했다.
법무법인 행복의 장종현 변호사도 "피해자와의 합의가 무엇보다 우선이지만, 금액 차이로 합의가 어려운 경우 '공탁'을 통한 피해 회복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탁이란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는 등의 상황에 처한 피고인이 법원에 합의금을 맡기는 행위를 말한다.
직접 돈을 줄 수 없으니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법원)에 합의금을 공탁해 '피해 회복'에 진정성을 보인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