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의로 밀수입?" 잡고보니 대기업 '시스템 오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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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명의로 밀수입?" 잡고보니 대기업 '시스템 오류' 탓

2026. 06. 11 17:4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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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현역 군인, 배후엔 통관업체…법률 전문가들 "섣부른 합의는 독"

해외직구 명의도용 피해 발생 후, 현역 군인 피의자는 시스템 오류라 주장하며 대기업의 확인서까지 제출했다. / AI 생성 이미지

내 명의가 해외직구에 도용돼 경찰에 신고했더니, 피의자는 '시스템 오류'라며 대기업의 확인서까지 제출했다.


글로벌 기업은 서둘러 보상을 제안해 왔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성급한 합의는 금물이라며 분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핵심 증거'부터 확보하라고 입을 모은다.


"내 정보가 왜 거기서 나와?"…황당한 명의도용 사건의 전말


어느 날 A씨는 자신의 개인통관고유부호와 성명, 심지어 지금은 쓰지 않는 과거 전화번호까지 누군가 해외직구 물품 수입에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 명백한 명의도용 범죄에 대해 A씨는 즉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얼마 후 피의자로 현역 군인이 특정됐고 사건은 군사경찰로 넘어갔다. 하지만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이용한 글로벌 쇼핑몰(A사)의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그는 A사 본사로부터 "A사와 계약된 국내 통관대행사(B사)의 시스템 실수로 타인(본인)의 정보가 무단 매칭되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사태를 파악한 A사는 B사와의 협력을 중단하고, 경찰을 통해 A씨에게 직접 사과와 보상(합의)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


시스템 오류냐, 고의적 도용이냐…'과거 전화번호'가 던진 의문


피의자인 군인은 시스템 오류를 주장하지만, A씨의 '과거 전화번호'까지 정확하게 기재된 점은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렵게 만든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 지점에서 고의성 여부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본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질문자님의 과거 전화번호까지 수입신고서에 정확히 맞추어져 있었다면, 피의자가 타인 정보를 고의로 도용해 입력했을 정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통관대행/쇼핑몰 DB에 저장된 값이 자동으로 붙는 구조였다면 피의자에게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군인의 무혐의 여부는 통관 시스템의 로그 기록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입력했는지를 밝혀내는 수사기관의 손에 달리게 됐다.


'언론 제보' 카드는 양날의 검…"위자료, 생각보다 크지 않다"


A씨는 대기업의 과실이 명백한 만큼, 형사고발과 언론 제보를 압박 카드로 사용해 높은 합의금을 받아낼 생각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강경 대응'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형사고발이나 언론 제보를 조건으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할 경우, 역으로 협박이나 공갈 등의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위자료는 인정될 수 있으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법원 인정 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위자료가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합의 전, '이 서류'부터 받아내라"


그렇다면 A씨의 최선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선(先) 증거 확보, 후(後) 합의 논의'를 외쳤다. 섣불리 합의 테이블에 앉기보다, 기업의 과실을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합의 전에는 A사와 B사의 사고 경위서, 개인정보 처리 흐름, 보관 기간, 재발 방지 조치, 통관신고 자료를 먼저 요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요구할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먼저 A사 측 연락을 받을 때에는 구두 설명으로 끝내지 말고, 사고 경위서, 귀하의 개인정보 보유 경위, 보유 기간, 매칭 오류 발생 원인, 재발 방지 조치, B사와의 계약관계, 관련 정보 삭제·파기 확인서를 서면으로 요구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고,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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