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과 상가 1층에서 성추행…대법 "아파트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 O, 상가는 X"
아파트 1층과 상가 1층에서 성추행…대법 "아파트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 O, 상가는 X"
주거침입과 강제추행 함께 저지른 경우 성립하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
개방된 상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강제추행 저질렀다면, 이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판례 변경 전 심리한 1·2심은 "그렇다"…대법원은 "그렇지 않다"

상가 1층에서 성추행한 사람에게는 가중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아파트와 달리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 개방된 상가에서는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지난 3월 '초원복집 사건' 판례를 변경하면서 만든 주거침입 법리를 따른 것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우리 법은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을 함께 저질렀을 때, 특별법을 통해 가중 처벌한다. 일반 형법이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강제추행죄(제3조 제1항)'를 적용한다.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단순 강제추행보다 훨씬 무겁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강간죄와 비교해도 더욱 무겁다.
보통 피해자의 원룸 등에 침입해 성추행했을 때 이 죄가 성립한다. 그렇다면,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만난 피해자를 성추행한 경우에도 이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1⋅2심 법원은 "그렇다"고 봤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그럴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징역 3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4월에 벌어졌다. 당시 A씨는 한 PC방에서 만난 피해자를 불법촬영하고, 홀로 음란행위를 했다. 1시간 뒤엔 귀가하는 피해자를 따라가 아파트 1층 계단에서 성추행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밤, 인근 상가 1층과 다른 아파트 1층에서 또다른 피해자들을 성추행했다.
이를 요약하면, A씨는 '아파트 1층 계단(①)'과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②)'에서 각각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 1심과 2심은 A씨의 모든 범행(①⋅②)에 대해 "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건물 내부까지 들어간 건 아니더라도, 계단⋅복도 등을 침입한 것도 거주자의 평온을 해친 것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②)'에서 저지른 성추행 범죄에 대해서 만큼은,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초원복집 사건' 판례를 변경하면서 만든 주거침입 법리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들어간 것만으로는 이 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 대법원도 '아파트 1층 계단(①)'에서 벌어진 범행에 대해선 그대로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유죄를 인정했다.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은 내부의 엘리베이터,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거주자의 평온을 위해 보호해야 하므로 주거침입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대법원은 봤다.
대법원 측은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상가인지, 주거의 자유를 더욱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주거인지 등에 따라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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