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돌려주면 사기죄 끝?…'괘씸한' 소액사기범, 처벌 원할 때 대처법
돈 돌려주면 사기죄 끝?…'괘씸한' 소액사기범, 처벌 원할 때 대처법
절판된 물건 판다며 반년 간 돈만 챙긴 판매자, 경찰 고소하자 '환불' 제안…피해금 변제와 형사 처벌의 복잡한 관계를 법률 전문가들이 명쾌하게 분석했다.

소액 사기 피해자가 고소 후 돈을 돌려받아도 가해자 처벌은 가능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돈은 받고, 벌은 주겠다'…소액 사기 피해자의 딜레마, 변호사들의 답은?
절판된 희귀 물품을 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돈을 보냈지만, 반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 경찰에 고소하자 그제야 돈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이 온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돈을 돌려받으면 없던 일이 될까? '벌금형이라도 받게 하고 싶다'는 한 소액 사기 피해자의 절박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이 답했다.
"반년의 애를 태우더니…고소하자 '돈 돌려줄게'"
A씨는 꿈에 그리던 절판 상품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판매자의 계좌로 돈을 보내고 기다린 시간은 무려 6개월.
"구했다", "다음 주에 보내주겠다"는 희망 고문 같은 말만 반복될 뿐, 물건은 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판매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며, 물건을 보낼 수 없게 됐으니 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돈을 돌려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반년간의 마음고생과 자신을 기만한 판매자를 이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돈 돌려받아도 '사기죄'는 그대로…관건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것과 사기죄 처벌은 별개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법률사무소 김경태)는 "사기죄는 피해 회복과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한 범죄이므로, 돈을 돌려받더라도 처벌을 요구하실 수 있다"고 단언했다. 특히 "장기간 거짓 약속으로 기만한 점은 죄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처음부터 상대를 속여 돈을 가로챌 생각이었는지가 성립의 핵심이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피의자가 처음부터 물건을 보낼 의사가 없었다면 충분히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다"며 "경찰이 연락하자 돈을 돌려주겠다고 한 것은 형사 처벌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돈을 돌려주는 행위가 범죄 성립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피해 변제는 '감형 카드', 하지만 '면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돈을 돌려주는 행위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피해 변제는 법정에서 매우 중요한 '양형 사유(형벌의 수위를 정할 때 고려하는 사정)'로 작용한다. 배소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정로)는 "피해 금원을 전부 변제하면 큰 양형 사유가 되어서 형이 많이 감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해가 모두 회복되고, 피의자가 초범이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A씨처럼 '벌금형이라도' 받게 하고 싶은 피해자에게는 가장 아쉬운 결과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괘씸죄' 적용하고 싶다면…'이것' 하나만 기억하라"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적극적인 처벌 의사'를 수사기관에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돈은 돌려받되, 합의서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절대로 넣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벌금형이라도 선고받게 하려면 경찰 단계에서 합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처벌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돈을 돌려받으시되,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된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경찰 조사나 검찰 조사에서 "피해 금액은 변제받았지만, 피의자가 장기간 저를 기만한 행위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합니다"라고 분명하게 진술해야 한다.
나아가 배소연 변호사의 조언처럼, 피해 원금에 더해 "소정의 위자료(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까지 함께 지급해달라고 청구"하며 합의를 시도해볼 수도 있다. 합의가 결렬되더라도, 이는 피의자가 피해 회복에 소극적이었다는 증거로 남아 처벌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소액 사기 사건에서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열쇠는 피해자의 단호한 의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