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폭, 신고해봐라” 세부서 한국인 집단폭행… ‘속인주의’ 원칙에 국내 처벌 불가피
“난 조폭, 신고해봐라” 세부서 한국인 집단폭행… ‘속인주의’ 원칙에 국내 처벌 불가피
해외 범죄도 처벌하는 '속인주의' 적용
여권 무효화·강제추방 등 전방위 신병 확보 주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 세부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다른 한국인 일행에게 무차별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세부의 한 술집에서 피해자 A씨는 가해 남성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안와골절과 코뼈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부상 정도가 심각해 여권 사진과 얼굴 대조가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A씨는 현지 병원의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야 간신히 귀국할 수 있었다. 현재 A씨는 시력 저하 증상까지 겪고 있으며, 국내 상급병원에서 추가 수술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이국땅에서 왜 무차별 폭행의 표적이 되었나?
사건은 A씨가 지인이 운영하는 술집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옆 테이블에 있던 한국인 남성 무리 중 한 명이 돌연 "왜 그렇게 쳐다보냐"며 A씨에게 시비를 걸었다.
A씨는 쳐다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남성은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이후 다른 남성들까지 가세하면서 A씨는 머리와 얼굴을 집중적으로 가격당했다.
현장 폐쇄회로TV 영상에는 A씨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해자들의 행위는 단순 폭행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A씨가 병원으로 가기 위해 탑승한 택시 앞까지 쫓아와 위협을 가했다.
나아가 가해자 중 한 명은 직접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필리핀 경찰이나 한국 대사관에 신고해도 막을 수 있다"며 위세를 과시했다.
그는 스스로를 조직폭력배라 지칭하며 "필리핀에서 오래 살았고, 마음에 안 들면 다 때리고 다닌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귀국 후 병원 진료를 마친 A씨는 가해 남성들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범행 장소가 필리핀이어도 국내 수사기관이 처벌할 수 있을까?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했으나, 가해자들이 한국인으로 확인될 경우 국내법에 따른 수사와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형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역 외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에게도 국내 형법을 적용하는 '속인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양 당사자가 모두 내국인인 경우 불법행위지가 우연적이고 형식적인 의미를 갖는 데 그친다면 내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78다1343 판결).
A씨가 입은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가해자들에게는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만, 상해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기소가 가능하다.
또한 여러 명이 공동으로 폭력에 가담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가중될 수 있다.
아울러 스스로를 깡패라 칭하며 위해를 가할 듯한 발언을 한 행위는 형법상 협박죄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
과거 청주지법 제천지원이나 전주지법 등에서도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이 다른 한국인에게 상해를 가한 사건에 대해 국내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하여 유죄를 선고한 유사 판례들이 다수 존재한다.
가해자가 끝까지 귀국을 거부한다면 신병 확보는 어떻게 진행되나?
관할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가해자들의 국내 주소나 현재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가해자들이 귀국을 거부하고 필리핀에 계속 체류하더라도 수사 개시에는 무리가 없다.
수사기관은 다각도의국제 공조 조치를 통해 가해자들의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다.
- 기소중지 및 국제형사사법공조: 피의자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수사를 일시 중단하는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뒤, 양국 간 조약에 따라 필리핀 당국에 증거 수집과 수사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 여권 무효화 조치: 외교부에 요청하여 가해자들의 여권을 무효화함으로써 현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환시켜 자진 귀국을 압박할 수 있다.
- 강제추방 및 범죄인 인도: 필리핀 당국에 의해 강제추방될 경우 국내 공항에서 즉시 체포가 가능하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구지방법원은 필리핀에 장기 거주하며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국내 형사절차를 밟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대구지법 선고 2023고단1790 판결).
이처럼 장기 체류 사실 자체가 형사처벌을 면하는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해외라는 공간적 특수성이 범죄의 책임을 덜어주는 요인이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
피해자가 국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명확한 처벌 의사를 밝힌 만큼, 수사 당국이 현지 영상 및 진단서 등의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얼마나 신속하게 가해자들의 신병을 확보해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재판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