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겐 비밀로, 아들에게만 아파트 사줄게"…딸 몫 받을 수 있나?
"딸에겐 비밀로, 아들에게만 아파트 사줄게"…딸 몫 받을 수 있나?
증거 없다고 포기하긴 일러
변호사들 "상속재판 뒤집을 기록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부모님이 자신 몰래 오빠나 남동생에게만 고가의 아파트를 사주기로 약속하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 A씨. 심지어 “딸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평소 자녀를 차별하는 듯한 부모님의 발언에 서운함을 느끼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녹음 같은 객관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 A씨는 부모님 사후에 자신의 정당한 상속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아들한테만 증여하겠다" 부모님 생전엔 법적으로 막을 길 없어
A씨처럼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증여하려는 계획을 알게 됐더라도, 현재로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변호사들은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자유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부모님이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자유의사"라며 "현재 단계에서 부모님이 아들에게만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말한 사실만으로 증여를 막거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중산의 김영오 변호사 역시 "부모님이 살아계신 동안에는 재산 처분·증여에 대해 다른 자녀가 법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원칙적으로 없다"며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는 소송이나 가처분 등을 걸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거 없다고 포기 말아야…'날짜, 장소, 발언' 상세한 기록이 무기
그렇다고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미래의 권리 구제를 위해 지금부터 '기록'을 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지금은 부모님이나 형제의 계좌에 무단 접근하거나 당사자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려 하기보다, 들은 날짜와 대화 취지를 당시 기억대로 메모하고 향후 확인되는 부동산 취득 사실을 보존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도 "들은 날짜와 장소, 대화의 정확한 표현을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기록하고, 향후 아들의 부동산 취득 시기와 매매가격 등 적법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객관적인 금융 자료를 지금 당장 확인할 권한은 없으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기록'"이라며 "대화를 엿들은 날짜, 장소,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상세히 메모해 두는 것이 향후 자금 흐름을 추적할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 녹음이 증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으나, 제3자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방식은 법적 위험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모님 사후 '유류분 반환 청구'로 되찾을 내 몫, 어떻게 입증하나
A씨가 자신의 몫을 되찾을 실질적인 기회는 부모님 사망, 즉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 온다. 바로 '유류분 반환 청구' 제도를 통해서다.
유류분이란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을 말한다. 자녀의 경우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한다. 부모가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생전에 증여(특별수익)했더라도, 이 재산은 유류분 계산에 포함된다. 특히 공동상속인인 아들에게 증여한 재산은 시기와 상관없이 모두 포함시켜 유류분을 계산한다.
문제는 입증이다. 이때 A씨가 미리 기록해 둔 메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속 재판이 시작되면 법원을 통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를 신청해 부모의 자금이 오빠나 남동생에게 흘러 들어간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데, A씨의 기록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를 통해 부모님의 자금이 형제의 부동산 취득에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상속이 시작되고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또는 상속이 시작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