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둔 택배, 무심코 들였다가 절도범 되나
집 앞에 둔 택배, 무심코 들였다가 절도범 되나
단순 실수인가, 고의적 범죄인가… 법조계 의견은?

A씨가 자신의 것인 줄 알고 오배송된 택배를 집에 들였다가 절도 혐의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내 것인 줄 알고 집 안에 들인 택배, 반나절 만에 경찰이 찾아와 “절도죄”라는데…
뜯지도 않고 바로 돌려줬지만 억울하게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오배송 택배 논란 속에서 단순 실수와 범죄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내 택배인 줄 알았는데”…경찰 출동에 '날벼락'
지난달 17일 저녁, A씨는 외출에서 돌아오며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무심코 집 안으로 들여놓았다. 다음 날인 18일 오후까지도 A씨는 택배를 뜯어보지 않은 채 현관 앞에 그대로 두었다.
평온은 오래 가지 못했다. 18일 오후 3~4시경, 한 택배기사가 A씨의 집을 찾아와 오배송된 택배가 있는지 물었고, 그제야 A씨는 현관에 있던 택배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 즉시 택배를 기사에게 돌려주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5~10분 뒤, 경찰이 A씨의 집을 방문했다. 경찰은 “집에 들고 들어갈 때 수령인을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반나절 동안 수령인을 확인하지 않은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A씨의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통보했다. 택배는 바로 앞집의 것이었다.
'문 앞 거리' 따라 죄가 바뀐다?…절도 vs 점유이탈물횡령
순식간에 절도 혐의를 받게 된 A씨의 상황을 법률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이주락 변호사(법률사무소 두루라기)는 수사기관의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문의자님 집의 문이 앞집 문과 멀다면 절도죄로, 만약 두 문이 매우 가깝다면(특히 나란히 있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앞집 주인과 택배기사의 말을 먼저 들은 상황에서 범죄 혐의를 두는 것 자체는 무리가 아니며, 결국 A씨가 ‘몰랐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고의적인 절도나 점유이탈물횡령으로 보기 어렵다”며 “단순한 착오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택배를 뜯지 않았고, 오배송 사실을 알자마자 반환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 “불법영득의사 없으면 무죄”…'고의성' 입증이 관건
결국 법적 판단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 즉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절도죄(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훔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점유이탈물횡령죄(형법 제360조) 역시 불법적으로 가질 의사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점을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법원 판례 역시 오배송 택배를 실수로 가져간 후 반환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A씨의 경우, 택배를 뜯지 않은 채 보관하다가 사실을 인지한 즉시 반환했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 억울한 처벌을 피하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