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판 클리셰 겹쳐도 저작권 침해 아냐"⋯법원, 웹소설 작가 간 소송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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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클리셰 겹쳐도 저작권 침해 아냐"⋯법원, 웹소설 작가 간 소송 기각

2026. 04. 20 13:43 작성2026. 04. 20 14:47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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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취수제'·'부활' 등 장르적 설정은 아이디어 영역

법원 "창작적 표현 형식에서의 실질적 유사성 인정 안 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로맨스 판타지(로판) 웹소설의 흔한 설정인 '형사취수제'와 '부활' 모티프 등이 유사하더라도, 이를 저작권 보호 대상인 '창작적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소재의 유사성만으로는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내 작품 베꼈다"⋯1,000만 원대 소송 제기한 원고

이 사건의 원고 A씨는 특정 필명으로 활동하며 웹소설을 집필한 작가다. A씨는 피고 B씨의 소설이 자신의 작품 속 핵심 줄거리(플롯), 등장인물 설정, 주요 장면 등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개작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피고 B씨의 소설에 대해 연재 중지를 요청하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 1,000만 원 지급을 구했다.


피고 B씨가 원작자인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고 소설을 임의로 수정하여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등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법원 "웹소설 특성상 클리셰 활용은 일반적 아이디어"

재판부는 먼저 웹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주목했다.


웹소설은 특정 모티프에 기반한 클리셰(진부한 표현이나 상투적 줄거리)의 집합체로 장르가 분류되며, 작가들이 이러한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된 '창작적 표현 형식'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장한 '형사취수제'(형이 죽은 뒤 동생이 형수와 결혼하는 제도), '초월적 존재에 의한 부활', '로맨스와 추리 장르의 결합' 등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자주인공이 부활한 남자주인공의 정체를 의심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구조나 종교인들의 보편적인 표현 양식 등은 해당 장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표준적 삽화'로서 창작적 표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구체적 줄거리와 캐릭터 묘사에서 뚜렷한 차이"

재판부는 두 소설 사이에 일부 유사한 점은 있으나, 구체적인 서사 전개와 인물 관계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소설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신적인 능력을 지닌 초월적 존재로 묘사되지만, 피고 B씨의 소설에서는 언어 구사조차 미숙한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졌다.


여자주인공의 경우에도 A씨의 소설에서는 직접 검으로 찌르는 등 주체적인 반면, B씨의 소설에서는 성직자의 권유에 따라 반타의적으로 검증에 나서는 등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 양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사건의 맥락을 짚어내는 방식에서도 A씨는 다수의 확인을 통한 거시적 표현을 사용한 반면, B씨는 개인의 증언을 통한 미시적 표현을 사용하는 등 창작적 전략과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 결과도 "유사성 없음"

재판 과정에서 진행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 역시 "두 작품이 추리 장르의 일반적인 틀을 공유하고 있을 뿐, 실질적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소설과 B씨의 소설 사이에 근본적인 본질 내지 구조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없다"며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은 물론,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A씨의 청구를 이유 없다며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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