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관계 복구시켜, 안 그러면 네 인생 끝내버린다"
"친구관계 복구시켜, 안 그러면 네 인생 끝내버린다"
과거 약점 잡은 10대의 황당 요구…변호사들 "명백한 강요죄"

과거 잘못을 빌미로 친구 관계 복구를 강요하며 협박에 시달리는 10대 사연이 전해졌다. / AI 생성 이미지
과거의 잘못을 빌미로 "친구 관계를 복구하지 않으면 네 인생을 끝장내겠다"며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 10대 학생의 사연이 전해졌다. 가해 학생의 요구는 돈이 아닌, 틀어진 친구 관계를 원상복구하라는 황당한 것이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금전 요구가 없더라도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며, 즉시 증거를 확보해 부모와 함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네 인생 끝내겠다"…돈 대신 '관계 수습' 요구한 10대
최근 한 미성년 학생 A군은 타 학교 학생 B군으로 인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B군은 과거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한 경험에 대한 원망을 A군에게 돌리며, A군의 과거 잘못과 학교 규칙 위반 사실을 약점 삼아 협박을 시작했다.
B군은 A군에게 "당시 나를 무리에서 소외시켰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네가 전부 수습해서, 내가 다시 당당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복구해 놓아라"라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
B군은 "다음 주 일요일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네가 규칙을 어긴 것과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을 전부 학교와 경찰에 신고해 네 인생을 끝내버리겠다"고 압박했다.
극심한 공포를 느낀 A군은 B군의 협박 메시지가 담긴 대화 캡처본을 모두 확보하고,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돈 안 뺏어도 죄가 되나?…법조계 "전형적인 강요죄"
변호사들은 B군의 행위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비록 가해자가 신고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언급했더라도, 그 목적이 질문자를 공포에 떨게 하여 부당한 의무를 지우기 위한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합니다"라고 정확히 짚었다.
또한 B군의 황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를 강제로 복구해 놓으라는 요구는 질문자가 이행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는 실현 불가능한 사항이므로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갈죄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공갈죄는 협박을 통해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해야 성립합니다. 가해자가 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복구를 요구했으므로 공갈죄는 인정되기 어렵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B군의 행위는 협박을 수단으로 의무 없는 일을 시키려 한 '강요죄'의 요건을 명확히 충족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내 잘못 먼저 고백한다면?…'자수'의 법적 효과
A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협박의 빌미가 된 자신의 과거 잘못이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가해자를 고소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먼저 털어놓는다면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까?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자신의 잘못을 먼저 밝히는 것은 형사 절차에서 자수로 간주되어 처분 수위를 낮추는 결정적인 참작 사유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성년자 사건에서는 자수와 반성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진열 변호사는 "질문자는 현재 미성년자이므로 일반 형사 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도리어 이를 빌미로 협박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정황은 소년부 판사나 검사가 처분 수위를 결정할 때 매우 유리한 참작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두려움에 숨는 것보다 용기를 내 잘못을 먼저 고백하는 것이 법적으로 더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협박의 굴레를 끊는 법…"혼자 대응은 금물, 즉시 신고해야"
그렇다면 A군이 이 고통의 굴레를 끊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모든 변호사가 '혼자 대응하지 말 것'을 제1 원칙으로 꼽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께 즉시 알리고 혼자 대응하지 않는 것"이라며, 확보한 증거들을 원본 상태로 보존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명확하게 제시됐다. 이규희 변호사는 부모님께 사실을 알린 뒤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하고, 협박 및 강요죄로 고소장을 제출하는 절차를 밟을 것을 권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 조치가 주거지 접근은 물론 이메일, 메신저 등 온라인을 통한 간접적인 접근까지 막을 수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어 실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보호자와 함께 학교폭력 신고와 형사 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해자의 협박을 멈추고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