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이 선물한 명품 가방, 돌려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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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이 선물한 명품 가방, 돌려줘야 할까?

2025. 12. 15 15:4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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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줬다'와 '써보라 했다' 말 한마디에 갈리는 소유권

고가 선물일수록 '대여' 입증 여부가 승패 갈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인 관계가 끝난 뒤 가장 현실적이고 치열한 다툼은 '주고받은 물건'에서 시작된다. 사랑의 징표로 건넸던 명품 가방이나 고가의 귀금속이 이별 후에는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헤어졌으니 돌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 반환 의무가 있는지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은 연인 간의 물품 수수를 원칙적으로 반환 의무가 없는 '증여'로 보지만, 당시의 구체적인 발언이나 교제 기간, 물건의 가액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그냥 가져" vs "잠깐 써봐"… 말 한마디가 수백만 원을 가른다

법조계에 따르면 연인 사이에 오간 선물은 민법상 '증여(제554조)'에 해당한다. 증여란 대가 없이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일단 소유권이 넘어가면 관계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선물을 건넬 당시의 '말'과 '상황'에 따라 법적 성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증여'인지 '사용대차(무상으로 빌려줌)'인지의 구분이다. 법원은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해석할 때, "선물이야", "네 거야"와 같이 소유권 이전을 명확히 했다면 반환 의무가 없다고 본다. 반면, "한번 들어봐", "잠깐 써봐"와 같은 표현이 있었다면 이는 일시적 사용을 허락한 '대여'로 해석되어 반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은 "금전을 주고받은 원인이 증여인지 소비대차인지는 주고받은 경위, 경제 사정, 액수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구지방법원 2020나326817)"고 판시하며, 단순한 문구뿐만 아니라 전후 사정을 입체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교제 한 달 만에 받은 고가 선물… 법원 "이례적, 돌려줘야"

특히 선물의 '가격'과 '교제 기간'은 재판부의 판단을 가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통상적인 소액의 선물은 증여로 추정되는 반면, 사회통념상 과도하게 비싼 고가의 물품은 법원의 현미경 검증을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21나51548)은 교제 기간이 불과 한 달여 정도인 상태에서 고가의 금품이 오간 사건에 대해 이를 단순 선물이 아닌 '대여'로 판단, 반환 의무를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짧은 기간 내에 고가의 물건을 대가 없이 주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았으며, 관계의 진지성과 지속 기간이 선물 성격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선물을 준 사람의 귀책사유로 선물을 한 경우는 다르다. 의정부지방법원(2019가단122547)은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가의 선물을 준 사안에 대해, 반환받지 않을 의사로 지급한 것으로 보아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결혼 전제한 '예물'은 반환 대상…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단순 연인 관계가 아닌 혼인을 약속한 사이라면 법리는 또 달라진다. 대법원은 약혼 예물을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로 규정한다(76므41·42). 즉, 결혼이 성사되지 않으면 돌려줘야 하는 조건부 증여라는 뜻이다. 따라서 상견례를 마쳤거나 예식장을 잡는 등 혼인 준비 과정에서 오간 명품은 파혼 시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소송의 승패는 '입증 책임'에서 갈린다. 물건을 준 쪽에서 이것이 단순 선물이 아니라 '빌려준 것(대여)'이거나 '결혼을 전제로 한 예물(조건부 증여)'임을 증명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고가의 명품을 주고받을 때 '선물'이라는 명확한 표현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나 대화 녹음이 있다면 방어가 가능하지만,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 고가의 물품일수록 반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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