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재산은 조카에게"…삼촌의 약속, '문자'만으론 휴지조각이었다
"내 전재산은 조카에게"…삼촌의 약속, '문자'만으론 휴지조각이었다
법원 "엄격한 유언 형식 못 갖추면 효력 없어"…'생전 증여' 주장이나 상속인과 협의가 현실적 대안

"내가 죽으면 내 전 재산을 너에게 주겠다"고 문자 메시지로 약속하고 세상을 떠난 삼촌. 그러나 그 약속의 법적 효력은?/셔터스톡
삼촌이 남긴 '문자 유언', 법정에서 '무효'된 기막힌 사연
자식처럼 아끼던 조카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 던 삼촌의 약속은, 그가 남긴 문자 메시지만으로는 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수년 간 쌓인 애정의 기록들은 법이 정한 엄격한 형식 앞에서 힘을 잃었고, 조카 A씨는 한순간에 상속 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왕래 없던 삼촌 형제의 등장…'상속 전쟁'의 서막
A씨 자매에게 삼촌은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내 모든 재산은 너에게 남겨주겠다"는 약속은 휴대전화 속 문자 메시지와 영상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지만 삼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장례식장에 존재조차 희미했던 삼촌의 형제 B씨가 나타나 자신이 유일한 상속인이라며 모든 재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법상 상속 1순위는 고인의 자녀와 배우자, 2순위는 부모다. 이들이 없을 경우 3순위인 형제자매에게 상속권이 돌아간다. 조카는 4순위에 불과해, 3순위 상속인이 나타난 이상 법적으로 상속을 주장할 길이 막힌 것이다.
심규덕 변호사(법무법인 심의)는 "삼촌에게 배우자, 자녀, 부모가 없는 경우 형제자매가 법정상속인이 된다"며 "조카는 법정상속인에 해당하지 않아 상속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문자·영상은 왜 '유언'이 될 수 없었나
A씨 자매는 삼촌이 남긴 수많은 기록들이 '사실상의 유언'이라고 믿었지만, 법의 판단은 달랐다. 우리 민법은 유언에 대해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의 매우 엄격한 형식(민법 제1065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창주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의)는 "이러한 형식을 갖추지 못한 유언은 고인의 진정한 뜻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일지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삼촌의 진심이 담긴 문자나 영상만으로는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생전 증여' 주장과 '협의', 남은 두 갈래 길
그렇다고 A씨 자매가 빈손으로 물러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유증(유언에 의한 증여)'이 아닌 '생전 증여' 계약의 성립을 주장해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희원 변호사(굿앤굿 법률사무소)는 "문자나 영상 내용으로 재산을 특정하고 증여 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는 '사망하면 주겠다'는 유언이 아니라 '살아있을 때 주기로 약속했다'는 증여 계약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법정상속인인 삼촌의 형제와 협의하는 것이다. 추은혜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는 "보유한 자료들을 설득력 있는 근거로 삼아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시도하고, 고인의 뜻을 존중해달라고 설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수년간 쌓인 삼촌의 따뜻한 약속이 차가운 법의 논리 앞에서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A씨 자매의 법적 대응과 남은 가족 간의 대화에 달리게 됐다. 고인의 진정한 의사를 담은 기록들이 법정 다툼의 증거가 되기보다, 가족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끄는 다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