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는데 일주일 버틴 윗집, '고의 파손' 처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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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새는데 일주일 버틴 윗집, '고의 파손' 처벌되나?

2026. 03. 19 09: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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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다 무시해 벽지 몽땅 교체...'미필적 고의' 쟁점 급부상

윗집 누수를 방치해 큰 피해가 발생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일주일간 모든 연락을 무시한 윗집. 단순 실수로 보기엔 피해가 막심하다.


법조계는 이런 경우 '망가져도 어쩔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누수를 방치한 윗집에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존재해, 이웃 간의 갈등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불 켜진 윗집, 일주일의 침묵…작은 누수가 집을 삼켰다


악몽 같은 일주일이었다. A씨의 집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지만, 윗집은 어떤 연락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초인종, 인터폰, 관리사무소의 연락, 심지어 문 앞에 붙인 쪽지까지 모두 무시당했다. 집 안에 불이 켜져 있고 발소리까지 들려 사람이 있는 게 분명했지만, 윗집의 침묵은 계속됐다.


그 사이 국소 부위에 불과했던 누수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결국 벽지 전체를 교체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해졌다. A씨는 “누수를 일주일 동안 방치한 건 타인의 재물을 미필적으로 손괴할 고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수'와 '범죄'의 경계선, '미필적 고의'란 무엇인가


윗집의 행동을 단순 ‘과실’로만 볼 수 있을까.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에 따르면, 고의가 아닌 실수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만 진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쟁점은 ‘미필적 고의’의 인정 여부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재물이 손괴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망가져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다면 단순 실수를 넘어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누수 방치는 범죄”...2018년 판결이 말하는 것


실제로 법원은 누수 방치를 재물손괴죄로 인정한 전례가 있다. 2018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싱크대 누수를 방치해 아래층에 1,200만 원이 넘는 손해를 입힌 윗집 거주자에게 재물손괴죄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관리사무소 직원의 확인 요청을 거부하고, 수차례의 보수 요청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한 점 등을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피고인에게 적어도 재물손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고의적인 방치가 단순한 민사 문제를 넘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다.


형사 고소, 어떻게 증명하나…변호사들이 말하는 핵심 전략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함께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 사례의 경우, 일주일간의 지속적인 연락 시도와 고지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은 점, 이전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던 점, 그리고 누수 방치 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은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의성을 입증하려면 누수 통지 내역, 피해 상황 사진, 수리 견적서 등 객관적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A씨가 겪었던 과거 윗집의 ‘베란다 물 뿌리기’ 행위 또한 상대방의 상습적인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보강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법적 대응 시 유리한 카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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