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정하면 기소유예" 말에 자백했는데…성추행범 될 위기, 되돌릴 수 있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찰 "인정하면 기소유예" 말에 자백했는데…성추행범 될 위기, 되돌릴 수 있나?

2026. 08. 21 11:5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지하철 추행 혐의로 벌금 200만원·취업제한 약식명령…'진술 번복' 경위가 핵심 쟁점

지하철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던 남성이 경찰의 '기소유예' 회유에 허위 자백 후 약식명령을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최근 A씨는 출근길에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결코 만진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경찰의 "혐의를 인정하면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진술을 바꿨다.


결과는 벌금 200만 원과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등이 포함된 약식명령이었다.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은 다음 주 수요일까지다.


A씨는 경찰의 말을 믿고 한 자백을 되돌리고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


"기소유예 가능성" 경찰 설명에…'만진 적 없다'던 진술 바꾼 A씨


A씨는 최근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서 하차하던 중 앞서가던 여성의 신체를 만졌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결단코 만진 적이 없으며, 설령 닿았을지언정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3시간에 걸친 조사가 끝날 무렵, 경찰은 A씨에게 "성추행은 바로 검찰로 송치되는 사건이며, 무혐의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혐의를 인정하면 기소유예를 받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다시 생각해 보니 손가락이 닿은 것 같다", "의도는 없었지만 닿은 거라면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이 과정은 영상 녹화나 개인적인 녹음 없이 진행됐다.


이후 법원은 A씨에게 벌금 200만 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3년간의 취업제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지정을 포함한 약식명령을 내렸다.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은 7일로, 마감이 임박한 상황이다.


'회유에 의한 자백'…정식재판에서 다툴 수 있나


변호사들은 A씨가 정식 재판을 통해 다투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핵심은 경찰의 설명을 듣고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수사관이 '기소유예가 가능하다'며 회유하여 진술 번복을 유도한 정황은 자백의 임의성과 진술 신빙성을 다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법리적 공격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변호사 안영진 법률사무소의 안영진 변호사 역시 "조사 과정에서 녹화도 녹음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관이 '기소유예를 받으려면 혐의를 인정하는 게 낫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갑자기 진술을 번복했다면, 이는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받을 만한 충분한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조사 녹화나 개인 녹음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조서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술 번복 경위를 법정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주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경찰이 '성추행 사건은 대부분 검찰로 송치되고 무혐의는 거의 없다'고 설명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성추행 고소사건의 절반가량은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찰이 혐의 인정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식 재판 청구하면 더 무거운 처벌 받을까?


정식재판 청구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더 무거운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원래의 약식명령보다 더 불리하게 처벌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피고인만 청구한 경우 원칙적으로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라고 한다. 벌금형이 징역형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는 의미다.


다만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벌금액 자체는 올라갈 수 있어 무조건 청구가 정답인 것도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같은 벌금형 내에서 액수가 높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벌금 200만원보다 무서운 '보안처분'…변호사들 "기한 내 청구해야"


변호사들은 벌금 200만 원보다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같은 부수적인 처분(보안처분)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현재 쟁점은 단순히 벌금 200만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까지 유지될지 여부"라며 "잘못 대응하면 재판에서 반성 없는 태도로 비칠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기한 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다툴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정식재판 청구 기간은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이므로,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식재판을 고민한다면 먼저 기간 내 청구서를 제출한 뒤 방어 전략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