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웠다고 위약금 폭탄? 불법 특약은 무효
반려동물 키웠다고 위약금 폭탄? 불법 특약은 무효
보증금 미반환 협박까지…전문가들 “실제 손해만 배상”

반려동물 사육으로 과도한 위약금과 퇴거를 통보받은 세입자는 법적 대응으로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보증금 300만 원, 월세 140만 원짜리 단기 원룸에 반려동물을 들였다는 이유로 위약금 175만 원과 퇴실을 통보받은 세입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임대인 측은 보증금 미반환까지 협박했지만, 계약서에는 ‘전입신고 불가’라는 독소조항이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계약 위반에 따른 해지는 가능해도 과도한 위약금과 보증금 몰수는 명백한 부당 요구이며, 특히 ‘전입신고 금지’ 특약은 법적으로 무효라고 입을 모았다. 부당한 요구에 맞서 보증금을 지키는 법적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반려동물 들였다가 날벼락…위약금 175만원에 퇴실 통보
최근 단기 원룸에 입주한 A씨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계약서의 ‘반려동물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건물 관리인이 즉각적인 퇴실과 위약금 175만 원을 요구한 것이다. 심지어 불과 3일 전에 낸 월세도 돌려줄 수 없으며, 불응 시 보증금 300만 원마저 돌려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계약서에 적힌 ‘전입신고 및 계산서 발행 불가’라는 조항이 탈세 목적의 불법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임대인 측은 “전입신고를 못하게 한 적 없다”며 발뺌으로 일관했다.
A씨는 반려동물로 인한 특수 청소비 60만 원 수준에서 해결하고 싶지만, 임대인의 강경한 태도에 속만 태우고 있다.
위약금 175만원·보증금 몰수, 법적 근거 있나?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요구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려동물 사육 금지 조항 위반 시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도한 위약금이나 보증금 몰수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계약서상 명확한 위약금 약정이 없다면 임대인이 임의로 175만 원을 청구하거나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임대인은 실제 발생한 손해, 예컨대 특수 청소비나 시설물 훼손 비용 등만 증명하여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실제로는 청소비나 일부 손해배상 수준에서 합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A씨가 생각하신 것처럼 일정 금액을 제시해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라며 A씨의 협상안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전입신고 불가’ 독소조항의 함정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계약서에 버젓이 적힌 ‘전입신고 불가’ 조항이다. 전입신고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한 법적 대항력을 갖추는 필수 조건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처럼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는 “임차인의 전입신고를 금지하는 특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으로 효력이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이 이러한 무리한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이유가 임대 소득을 숨기려는 탈세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신은정 변호사는 “전입신고와 세금계산서 발행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임대소득 누락 목적이 다분하므로, 관할 세무서나 국세청에 탈세 제보가 충분히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보증금 지키려면? ‘내용증명’부터 보내라
그렇다면 A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내용증명’을 발송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푸름 법률사무소의 이푸름 변호사는 “반려동물 금지 조항 위반으로 일정한 책임이 문제될 수 있으나 계약서에 없는 과도한 위약금 요구나 보증금 전액 미반환은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으며, 내용증명을 통해 정산 요구를 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내용증명에는 전입신고 금지 특약의 무효, 부당한 위약금 지급 거부 의사, 실제 거주 기간을 제외한 월세와 실손해액을 공제한 보증금 반환 요구 등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임대인을 압박하고, 향후 소송으로 번질 경우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