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밤 '난입 이웃' 밀쳐냈다가 유죄? 항소심 "가족 지키려 한 정당방위" 무죄 판결
설날 밤 '난입 이웃' 밀쳐냈다가 유죄? 항소심 "가족 지키려 한 정당방위" 무죄 판결
가족 지키려 밀어낸 행위는 정당방위
법원, 층간소음 갈등 속 '방어권' 폭넓게 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명절 밤, 층간소음 문제로 집까지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는 이웃을 막아서다 함께 기소된 피고인이 항소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폭행으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저항"으로 판단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평온했던 설날의 악몽… “문 발로 차고 멱살 잡으며 난입 시도”
사건은 2022년 2월 1일 밤 10시 30분경,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설을 맞아 부모님 댁을 방문한 A씨는 아래층 주민 B씨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맞닥뜨렸다. B씨는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놀란 A씨가 문을 열고 나오자 B씨는 곧바로 A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과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집 안에는 A씨의 노부모와 누나, 그리고 미취학 자녀 두 명이 함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집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B씨를 저지하기 위해 그의 멱살을 잡아 문밖으로 밀치며 실랑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1심 “소극적 저항 넘었다” 벌금형 선고… 억울함 호소한 피고인
검찰은 두 사람 모두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인천지방법원 2022고정1271)는 A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B씨를 밀치고 멱살을 잡은 행위가 단순히 공격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저항’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 것이다.
결국 1심은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의 형을 선택하고, 다만 여러 정황을 참작해 그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느닷없이 때리는 상대방을 제지하고 가족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법리에 오해가 있다는 취지로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의 반전… “공격 아닌 방어, 침해 상황 종료되지 않았다”
인천지방법원 제2형사부(항소심 2023노2403)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1항이 정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전에 직접 다툰 적도 없는 이웃이 늦은 밤 찾아와 문을 발로 차고 폭행하는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저항한 것”이라며 “상대방을 공격할 의사로 싸운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설령 A씨가 B씨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더라도, 이는 폭행을 저지하기 위한 ‘우발적·반사적’ 행위이지 소극적 방어의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B씨가 계속해서 집 안으로 진입하려 시도하는 등 침해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A씨의 대응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다고 보았다.
“상해 결과 경미해도 방어권 인정”… 층간소음 분쟁에 경종
이번 판결은 층간소음 갈등 중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에서 방어 행위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피해자 B씨는 A씨의 행위로 목 부위가 부어오르는 등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사진 등을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수준”이라며 정당방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계속된 폭행에 대한 방어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무죄 선고의 이유를 명확히 했다. 층간소음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방어’의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판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