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것보다 늦기는 했지만, 돈 다 갚았는데 사기죄?
약속했던 것보다 늦기는 했지만, 돈 다 갚았는데 사기죄?

급박한 사정이 생겨 6개월 전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렸던 A씨. 한 달 뒤 갚기로 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생각보다 더 지체됐다. /셔터스톡
급박한 사정이 생겨 6개월 전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렸던 A씨. 한 달 뒤 갚기로 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생각보다 더 지체됐다. 지인은 조금 더 시간을 줄 테니 이번엔 꼭 약속한 날까지 돈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약속했던 '그날'까지 돈을 갚지 못했다. 대신 그로부터 일주일 뒤 돈을 다 갚았다. 그런데 지인은 약속한 날보다 더 늦었으니 이자와 합의금을 더 달라고 했다. A씨도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했지만, 지인이 요구한 액수가 만만치 않아 이를 거절했다.
결국, 지인은 자신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A씨는 다소 억울하다. 비록 늦어지긴 하였지만 빌린 돈의 원금을 다 갚았다. 그런데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 걸까.
변호사들은 A씨가 만약 돈을 다 갚지 않았다고 해도 무조건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A씨가 결국 돈을 다 갚았다고 해서 사기죄를 무조건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대체 무슨 말일까.
우선, 형법상 사기죄는 ①사람을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②재산상 이익을 취했을 때 성립한다(제347조).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A씨가 만약 대여금을 갚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 이유는 사기죄 성립 요건 중 기망(①)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A씨가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의도로 빌렸다면 사기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것이 아니라면 상대를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피해금액을 모두 변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만약, A씨가 지인에게 돈을 빌릴 당시 약속했던 날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이는 기망(①)을 통해 돈을 받은 게 된다(②). 그렇다면, 이미 요건(①·②)을 모두 충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지인에게 돈을 다 갚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한다.
A씨는 절대 지인을 속일 의도 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무법인 정승의 정우승 변호사는 "단지 돈을 갚기로 약속한 날까지 이를 변제하지 못한 경우라면 사기죄의 무혐의,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안영림 변호사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돈을 빌리게 된 경위와 당시 재산상태, 변제기를 연장하게 된 경위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사기의 고의를 부정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조언했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 역시 "A씨가 돈을 빌리게 된 경위와 상대방에게 어떻게 고지했는지 등을 살펴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