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처벌불원서 썼는데…'연말정산 환급금' 안 준 사장, 횡령죄 고소 가능할까?
임금체불 처벌불원서 썼는데…'연말정산 환급금' 안 준 사장, 횡령죄 고소 가능할까?
월급·퇴직금 2천만원 못 받은 직장인, 회사가 세금부터 낸 사실 확인. 법률 전문가들 '임금체불과 별개 범죄, 형사 고소 가능'

A씨는 연말정산 환급금을 주지 않은 사장에 대한 횡령죄 고소를 검토 중이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월급 떼이고 '용서'했는데…내 연말정산 환급금은 어디로? 사장의 뒤통수, 횡령죄 될까
월급과 퇴직금 2천만 원을 떼이고도 사장을 용서했던 직원이 '연말정산 환급금' 미지급 사실을 알고 횡령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월급 대신 세금부터"… 사장의 수상한 돈거래
A회사에 근무했던 B씨의 억울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의 급여와 퇴직금, 심지어 2023년분 연말정산 환급금까지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야 했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했던 그는 고용노동부에 간이대지급금(정부가 사업주를 대신해 체불임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제도)을 신청해 일부를 받았지만, 여전히 받지 못한 돈이 2천만 원에 달했다.
문제는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B씨가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이다. 임금체불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B씨는 사장을 형사적으로 압박할 수단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됐다.
그런데 최근 B씨는 A회사가 2024년에도 매출을 올렸고, 그 돈으로 밀린 임금이 아닌 세금부터 납부한 내역을 확인했다. B씨는 "근로자의 임금 채권이 최우선 변제 대상인데, 돈이 생겼음에도 세금부터 낸 것은 명백한 기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수 한 번에 발목 잡혔나"… 되살아난 형사처벌의 불씨
한 번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던 B씨에게 법률 전문가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로 '업무상 횡령' 혐의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별도의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금체불과 횡령은 법적으로 보호하려는 가치(법익)가 다른 별개의 범죄라는 의미다.
특히 전문가들은 '연말정산 환급금'에 주목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연말정산 환급금은 직원의 소득세에서 환급되는 돈으로, 회사는 이를 잠시 보관했다가 전달하는 역할일 뿐"이라며 "이를 지급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썼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장이 직원의 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원 돈은 사장 돈이 아니다"… 횡령죄의 법적 논리
법적으로 횡령죄(형법 제356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마음대로 차지하거나 돌려주지 않을 때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목적과 용도가 특정된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횡령으로 본다(대법원 2004도5904 판결). 연말정산 환급금은 '근로자에게 지급'이라는 목적이 명확히 특정된 돈이므로, 사장이 이를 세금 납부 등 다른 용도로 썼다면 횡령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또한, 회사가 돈이 생겼을 때 임금보다 세금을 먼저 낸 행위 자체도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38조는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을 세금이나 공과금보다 우선하여 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A회사의 행위는 이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형사고소라는 '압박 카드'… 돈 받을 길 열리나"
결론적으로 B씨는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더라도, 연말정산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 이는 사장을 압박해 밀린 임금 협상을 끌어내는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함께,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 전액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병행하고 회사의 재산에 가압류를 거는 등 전방위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좌절했던 B씨. '임금체불'이라는 닫힌 문 앞에서 '횡령'이라는 새로운 문이 열리면서, 그의 싸움은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