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비하 닉네임, 모욕죄 될까?…'대머리' 판례와 비교해보니
BJ 비하 닉네임, 모욕죄 될까?…'대머리' 판례와 비교해보니
인터넷 방송에서 '배운게 없으니 비제이나 하지' 닉네임 사용 논란…변호사들 의견 엇갈려. 법원은 '사회적 평가 저하' 여부 신중히 판단

한 인터넷 이용자가 인기 BJ의 생방송에 '배운게 없으니 BJ나 하지'라는 닉네임으로 등장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배운게 없으니 BJ' 닉네임, 모욕죄 처벌 가능할까?…법조계 갑론을박
한 인터넷 이용자가 인기 BJ의 생방송에 '배운게 없으니 BJ나 하지'라는 닉네임으로 등장했다. 별다른 채팅은 없었지만, 이 닉네임 하나가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됐다. 과연 닉네임만으로 모욕죄(형법 제311조) 처벌이 가능할까?
"닉네임도 유죄" vs "그 정도는 아냐"…변호사들의 팽팽한 시각차
법무법인 로앤모어의 이명재 변호사와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 등은 모욕죄 성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들은 "'배운게 없으니'라는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모욕적 표현"이라며 "다수가 보는 방송 채팅창에서 사용돼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인정되고, 해당 BJ를 겨냥한 것이 명백해 특정성도 충족한다"고 분석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반면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단순히 닉네임을 본 것만으로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정도의 심각한 표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 변호사는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해할 정도의 표현인지가 쟁점"이라며 "실제 고소가 진행되더라도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적극 방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머리'는 무죄였는데…판례가 가른 '모욕'의 아슬아슬한 경계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모욕'의 기준이 법적으로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 없이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해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때 성립한다. 여기서 핵심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인지 여부다.
주목할 만한 판례는 이른바 '대머리' 사건이다. 대법원은 2011년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상대방에게 '뻐꺼, 대머리'라고 말한 사안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011도9033 판결). 재판부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일 수는 있으나,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에 비춰보면, '배운게 없으니 BJ나 하지'라는 닉네임 역시 BJ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조롱일 수는 있지만, '대머리'라는 표현처럼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단정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법원이 인터넷 방송의 특수성과 표현의 수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영역인 셈이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선 넘는 닉네임, 최종 판단은?
결론적으로, 문제의 닉네임 하나만으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는 성립하기 어렵고, 모욕죄 역시 법원의 높은 판단 기준을 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독 행위일 때의 이야기다. 만약 이런 닉네임을 사용하면서 반복적으로 방송을 방해하거나 다른 모욕적 발언을 함께할 경우, 전체적인 맥락에서 범죄가 성립할 여지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