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신상 공개, 정의인가 범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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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신상 공개, 정의인가 범죄인가?

2026. 06. 29 10:2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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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하려다 '명예훼손' 역고소 당할 위기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막고자 사기꾼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위기에 놓였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중고거래에서 100만 원 상당의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사기꾼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처지에 놓였다.


사적 제재와 공익적 폭로 사이에서, 법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법률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조언 속에서 사기 피해자의 아슬아슬한 법적 줄타기를 심층 분석했다.


100만원 상품권 사기, 분노의 '신상공개'…돌아온 건 '법적조치' 협박


사건은 2024년 11월 24일 새벽, 국내 최대 중고거래 카페 '중고나라'에서 벌어졌다. A씨는 신세계상품권 100만 원권을 85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돈을 보냈지만, 상품권은 오지 않았다.


사기를 직감한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다른 피해자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불량거래 후기' 게시판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 사기꾼의 이름, 전화번호, 계좌번호를 가감 없이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정의 구현의 대가는 혹독했다. 게시글을 본 사기꾼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는 적반하장식 협박이 돌아온 것이다.


"공익 목적" vs "수사 대상"…변호사들 의견도 '갑론을박'


A씨의 행동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경태 변호사는 "귀하께서 게시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이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라며 "특히 사기 피해 신고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공익적 목적에 무게를 뒀다.


이용수 변호사 역시 사기범의 실제 고소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만약 사기범이 합의를 위해 협박을 지속한다면 공갈미수로 추가 고소를 접수하라는 역공의 묘수를 제시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지혜 변호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도 있으므로, 고소를 진행할 경우 수사대상이 되실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라고 경고했다.


박성현 변호사 또한 "사기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해당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감정에 따른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여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법원 판결의 핵심 열쇠 '공익성'…'신상 전부 공개'는 치명적 약점 될 수도


결국 법적 다툼의 핵심은 A씨의 글을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다. 우리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렸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 대법원은 산후조리원 이용 후기를 인터넷에 올린 사건에서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임산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A씨의 글 역시 다른 이용자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 뚜렷해 공익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름, 전화번호, 계좌번호를 가리지 않고 '전부' 공개한 점은 결정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법원은 공익 목적이 있더라도 표현 방법이 과도해서 상대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엿보이면 유죄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추가 피해 방지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신상 공개는 '공익'이라는 방패를 무력화시키는 '사적 보복'으로 해석될 수 있어, A씨의 선의가 법의 심판대 위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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