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다' 2만6천톤 여객선 무인도 들이받아... 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휴대폰 보다' 2만6천톤 여객선 무인도 들이받아... 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변침 구간 무시한 항해사·조타수 긴급 체포
‘업무상과실치상’ 가능성 증폭 사고 인지 못한 VTS '책임론' 대두
과실 인정 시 관제사도 형사 책임 불가피

좌초했다가 돌아온 퀸제누비아2호 / 연합뉴스
지난 2025년 11월 19일 오후,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운 2만6천t급 대형 카페리 퀸제누비아2호가 제주에서 출발해 전남 신안 해역으로 진입하던 중 무인도인 족도에 부딪혀 좌초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구조되었으나, 좌초 충격으로 일부 승객이 경미한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단순한 해상 사고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은 '인재' 논란과 함께 관계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사고의 핵심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여객선은 항로 상에서 방향 전환(변침)을 해야 하는 구간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통상적인 항로를 이탈했다.
좌초 지점인 신안군 족도와 변침 구간의 직선거리는 약 1,600m. 선박의 고속 운항 속도를 감안하면, 여객선은 약 3분가량 기존 항로를 벗어나 운항한 셈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운항 당시 일등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가 휴대전화를 보면서 운항을 소홀히 한 혐의로 목포해경에 긴급 체포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명백한 직무상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사고 해역을 담당하는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관제사는 퀸제누비아2호가 3분간 항로를 이탈해 좌초 직전까지 이상 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좌초 사실 역시 여객선으로부터 신고를 받고서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관제사가 퀸제누비아2호를 포함해 총 5척의 선박을 동시에 관제 중이었다는 점이 참작될 여지는 있으나, 해상교통의 안전을 책임지는 VTS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된다.
운항 관리 미흡과 관제 실패, 가담자들의 법적 쟁점은?
이번 좌초 사고와 관련하여 운항 책임자, 선장, 선박소유자는 물론, 관제 업무를 소홀히 한 VTS 관제사까지 형사 및 민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들의 법률 분석을 통해 관련 당사자들이 받게 될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1. 휴대전화로 항로 이탈 부른 항해사·조타수의 책임
휴대전화를 보며 운항을 소홀히 한 혐의(중과실치상)로 긴급 체포된 일등항해사 A씨와 조타수 B씨는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업무상과실치상죄: 이들은 여객선의 안전 운항이라는 업무를 맡은 자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항로를 이탈하고 좌초 사고를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승객들이 상해(경미한 통증 호소)를 입었으므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선박안전법 관련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선박을 좌초시킨 행위에 대해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2. 최종 책임자, 선장과 선박소유자의 책임
선장의 책임: 선장은 선원법 제11조에 따라 선박 안전운항에 대한 최종 책임을 부담한다. 항해당직 책임자인 일등항해사를 적절히 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선장 역시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책임을 질 수 있다. 또한, 승객에 대한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 책임도 함께 부담한다.
선박소유자의 책임: 선박소유자는 상법 제746조에 따라 선장이나 선원이 직무를 행하다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상법 제795조에 따른 운송인으로서 승객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다만, 배상액 결정 시 피해자의 과실 등을 고려해 과실상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3. 3분간의 이상 징후를 놓친 VTS 관제센터의 책임
관제사가 좌초 직전까지 여객선의 항로 이탈을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관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관제사의 주의의무: 선박교통관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관제사는 관제대상 선박이 해양사고 위험이 있는지 관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형사책임 가능성: 관제사가 이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 발생에 기여했다면, 관제사 개인에게도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상죄)의 책임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관제사의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책임 판단 기준: 관제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당시 관제 상황(5척 동시 관제), 항로 이탈 시간(3분), 사고 지점과 항로의 근접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된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일차적인 안전운항 책임은 선장 및 항해사에게 있다는 점이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사법 절차: 해양안전심판으로 가는 길
형사 책임과 별개로, 이번 좌초 사고는 해양안전심판원의 조사와 심판을 거쳐 사고 원인이 공식적으로 규명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및 시스템 개선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조사 및 심판: 지방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은 사고 조사를 실시하고, 일등항해사, 조타수, 선장 등을 해양사고관련자로 지정하여 심판을 청구한다. 관제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관제사 역시 심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징계 재결: 심판 결과 해기사(선장, 항해사 등)의 직무상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면, 면허의 취소, 업무정지(1년 이하), 견책 중 하나를 징계 재결로 받게 된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직무를 소홀히 한 일등항해사와 조타수는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선 조치: 해양안전심판원은 선박소유자에게 안전 운항 절차 준수 등을 시정·개선 권고할 수 있으며, VTS 관제 시스템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관할 해양경찰청 등 행정기관에 시정 또는 개선 조치를 요청하여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는 운항 책임자의 명백한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해상 안전의 마지막 보루인 관제 시스템의 허점까지 드러낸 사건이다.
수사당국은 항해기록장치(VDR)와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