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 소송, '돈 받고 헤어졌다'…독이 될까, 약이 될까?
상간 소송, '돈 받고 헤어졌다'…독이 될까, 약이 될까?
남편은 자백, 증거는 명백…'전면 부인'은 괘씸죄 부른다

유부남과 만남 후 돈을 받고 헤어져 상간 소송 피고가 된 경우, 무작정 부인하는 것은 '괘씸죄'로 위자료만 높일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유부남과 짧은 만남 후 돈을 받고 관계를 정리했다가 상간 소송에 휘말린 여성. 상대방 아내는 송금 내역과 남편의 자백을 증거로 압박해 온다.
돈을 받은 사실이 불륜의 낙인이 될지, 무작정 부인하는 것이 능사일지.
법률 전문가들은 "전면 부인은 괘씸죄로 위자료만 높일 뿐"이라며 '전략적 감액'이라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했다.
돈이 오간 이별, 단순 결별과 '하늘과 땅' 차이
유부남과의 짧은 만남 후 관계 정리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상간 소송의 피고가 된 A씨. 원고인 남성의 아내는 송금 내역과 '유부남인 줄 알았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를 증거로 제출했다.
A씨는 "돈을 받은 사실이 부정행위의 직접 증거가 되느냐"고 호소했지만, 변호사들은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안팍의 오정석 변호사는 "돈을 받고 헤어진 사실 그 자체로 직접적인 성관계나 부정행위의 증거는 아니지만, 재판부의 '심증'을 형성하는 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지인 관계에서 헤어질 때 거액의 돈을 주고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원고 측은 이를 '관계에 대한 대가'나 '입막음용'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상훈 변호사 역시 "돈을 받고 관계를 정리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법률상 부정행위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라면서도 "다만, 송금 내역과 유부남임을 알았다는 대화 내용이 결합되면 법원은 이를 관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 증거로 삼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순히 헤어진 경우보다 관계의 고의성과 악의성을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남편은 자백했는데…'나 몰라라' 부인하다 '괘씸죄' 폭탄
궁지에 몰린 A씨가 고려한 또 다른 카드는 '부정행위 전면 부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변호사들은 '최악의 수'라며 만류했다.
부정행위의 당사자인 남편이 이미 원고 측에 만남 사실을 자백한 상황에서, A씨 혼자 부인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상대방(유부남)이 이미 자백을 한 상태에서 거짓으로 부인할 경우, 법원은 피고가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위자료를 가중(괘씸죄)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부인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해답의 김무룡 변호사도 "상대방(유부남)이 만남 사실을 자백한 상황에서 혼자 부인하면, 오히려 법원의 신뢰를 잃어 위자료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객관적 증거와 당사자 자백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실을 뒤집으려다가는 재판부에 불성실한 인상만 심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인보다 감액"…전문가들이 제시한 현실적 출구전략
그렇다면 A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전면 부인'이 아닌 '전략적 책임 축소'를 통해 위자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하영우 변호사는 "부정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면 무리하게 전면 부인하기보다 기간, 횟수, 인식 시점, 관계 종료 경위를 줄이는 방향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만남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지속적 관계가 아니었고, 감정교류가 없었으며, 유부남임을 명확히 안 뒤 곧바로 관계를 종료했다’는 방향으로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반석의 최이선 대표변호사 역시 "지금은 무리한 부인보다 책임 범위 제한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유부남임을 몰랐던 시점의 행위는 과실 없음을 주장하고, 돈을 받고 끝낸 점은 단호한 관계 종결과 기망에 대한 보상으로 재해석하여 대응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하다"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결국 A씨의 사건은 부정행위의 존재 유무를 다투기보다, 그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하느냐가 재판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