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스쳤는데 징역 5년?"... 헌재, 처벌 논란에 '합헌' 종지부
"손등 스쳤는데 징역 5년?"... 헌재, 처벌 논란에 '합헌' 종지부
헌법재판소,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 '합헌' 결정
"아동은 방어 능력 없어 경미한 추행도 치명적"

헌재, 11월 심판사건 선고 /연합뉴스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은 비록 그 행위가 손을 쓰다듬거나 이마에 입을 맞추는 등 외견상 경미해 보일지라도,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일선 법원은 "죄질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해 판사의 양형 재량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심판을 제청했으나, 헌재는 아동 성범죄의 특수성을 들어 이를 일축했다.
공사업체 소장의 '입맞춤', 엘리베이터 남성의 '쓰다듬기'
사건의 발단은 두 개의 형사 재판이었다. 초등학교 내부 공사업체 관리자로 일하던 A씨는 학교 현장에서 마주친 6~7세 여자아이 3명에게 접근해 눈가나 이마에 입맞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피고인 B씨는 엘리베이터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7세 여아의 손을 쓰다듬고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3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죄를 범한 사람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 자체가 아예 없는 중범죄다.
사건을 심리하던 의정부지방법원 재판부는 고심에 빠졌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아동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은 맞지만, 강간이나 심각한 육체적 폭력이 동반된 추행과 동일하게 '최소 징역 5년'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는 직권으로 "행위 유형이 광범위함에도 법정형 하한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해 법관의 양형 재량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헌재 "아동의 영혼 파괴하는 범죄... '경미한 추행'은 없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단호했다. 헌재는 지난 27일 재판관 9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가장 주목한 것은 '피해자의 취약성'이다. 재판부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아직 성장 단계에 있어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라며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의 필요성이 그 어떤 집단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쟁점이 된 '행위의 경중'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성인에게는 가벼운 접촉으로 보일지라도, 방어 능력이 부족한 아동에게는 성적 정체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구체적인 행위 태양(모습)을 불문하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했다.
즉, 어른의 시각에서 '가벼운 터치'라고 주장하는 행위가 아동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법리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귀여워서 만졌다? 옛말일 뿐"... 시대적 인식 변화 반영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변화된 사회적 인식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과거에는 어린아이에 대한 신체 접촉이 문화적·관습적으로 용인되거나 '귀여워서 그랬다'는 변명이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오늘날에는 아무리 경미해 보이는 행위라도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입법 연혁을 살펴보면 처벌은 계속 강화되어 왔다. 과거에는 징역형 외에 벌금형 선택이 가능했으나, 2018년 텔레그램을 이용한 아동 성 착취 사건 등이 잇따르자 2020년 국회는 벌금형을 삭제하고 오로지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헌재는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징역 5년이 하한선, 그래도 감경 길은 열려있어
일각에서 제기된 '판사의 재량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도 헌재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5년이더라도, 피고인에게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법관이 '작량감경'을 통해 형량을 절반(2년 6개월)으로 줄일 수 있고, 이 경우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정상 참작 사유가 있다면 양형 과정에서 구체적 사정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며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른 범죄들과 법정형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행위의 경중을 떠나 무관용 원칙이 적용됨이 재확인됐다. '장난'이나 '호감'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던 아동에 대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