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조사서가 어쩌다 회사 프린터에?…'개인정보 유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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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조사서가 어쩌다 회사 프린터에?…'개인정보 유출' 파문

2025. 11. 20 14:5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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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조사 중 피해자 정보 담긴 진술서 유출…담당 공무원이 촬영 허가, 가해자는 카톡 전송까지. 법조계 "제공자·유포자 모두 처벌 대상"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진술서가 노동부 조사 중 유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던 피해자가 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담긴 진술서가 유출되는 2차 피해를 입어 파문이 일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고용노동부 조사를 받던 한 피해자는 자신의 이름과 피해 사실이 담긴 서류가 회사에 떠도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심지어 이 정보 유출의 시작점에 있어야 할 조사를 진행하던 노동부 담당관이 연루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공공기관의 정보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찍어가도 좋다"…조사 자료가 가해자 손에, 무슨 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부 조사가 시작되자,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자신의 진술서를 조사관에게 부탁해 직접 사진으로 촬영했다. 이 진술서에는 피해자의 실명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진술서는 어찌 된 영문인지 회사 프린터로 출력됐고, 가해자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메신저(카카오톡)로 전송하기까지 했다.


피해자는 이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진술서 촬영을 허가한 노동부 담당관이 정보공개청구와 같은 정식 절차 없이 이를 허용했다고 인정한 녹취록까지 확보된 점이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의 통로가 된 셈이다.


"명백한 법 위반"…변호사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한목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법률사무소 김경태)는 "진술서에는 개인정보와 피해사실이 포함되어 있어, 정당한 절차 없이 이를 촬영하고 유포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피해자의 민감한 정보가 담긴 문서를 권한 없이 촬영하고 퍼뜨린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정보를 유출하도록 허락한 담당 공무원의 책임도 무겁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배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술서를 촬영하도록 허락한 노동부 담당공무원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물론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공무원의 안일한 인식이 2차 가해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은 무엇을 말하나…'유출'만 해도 5년 이하 징역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유출을 매우 엄격하게 다룬다. 법 제59조는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판례 역시 개인정보를 '권한 없는 자가 접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유출'로 보고 있다(부산지방법원 2023노671 판결).


더 나아가 우리 법은 정보를 유출한 자뿐만 아니라, 불법적으로 유출된 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 '부정한 목적'으로 정보를 받은 사람까지 처벌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진술서를 촬영해 유포한 가해자는 물론, 이를 허락한 공무원, 그리고 불법임을 인지하고 정보를 전달받은 제3자까지 모두 형사 고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던 공적 시스템에 의해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의 민감 정보 관리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2차 피해를 야기하는지를 보여주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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