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도박 55만원 날린 14세, 경찰 금융조회 통보서 날아와
대리도박 55만원 날린 14세, 경찰 금융조회 통보서 날아와
도박인가 계좌도용인가… '범죄소년'의 갈림길, 변호사들의 경고

SNS 대리토토 사기를 당한 14세 소년이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SNS '대리토토' 유혹에 55만원을 잃은 만 14세 소년에게 경찰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서'가 날아들었다.
문제는 통보서의 발신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 단순 도박 혐의일 수도 있지만, 과거 발생한 계좌 도용 사건의 수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소년'의 나이에 접어든 소년이 마주한 복잡한 법적 현실을 변호사들의 조언을 통해 짚어본다.
SNS 대리도박과 계좌도용… 14세 소년에게 닥친 두 개의 그림자
사건은 2~3개월 전 시작됐다. SNS를 통해 '대리토토'를 알게 된 A군(14)은 자신의 명의를 빌려줬다.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번호가 통째로 넘어갔고, 누군가 A군의 명의로 사설 도박 사이트에 가입해 5만원을 베팅했다.
이후 사이트 측의 계속된 요구에 50만원을 더 입금했지만, 돈을 되찾기는커녕 추가 입금만 요구받았다. 그렇게 55만원을 잃은 채 악몽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진짜 문제는 그 후에 터졌다.
경찰서 명의로 발송된 '금융거래정보 제공사실 통보서'를 받게 된 것이다.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A군의 계좌를 조회했다는 의미다.
A군은 올해 초 자신의 계좌가 도용돼 몇십만원의 사기 피해자가 발생했던 사건이 있어, 이번 조회가 도박 때문인지 계좌 도용 사건 때문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촉법소년' 아니다…'불법 몰랐다'는 항변, 통할까?
A군은 만 14세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아닌, 형사책임능력이 인정되는 '범죄소년'이다. 법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는 뜻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미성년자가 사설도박에 관여한 경우, 불법토토 사이트 이용이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A군이 "사설도박 사이트가 불법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실질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법적 판단에서 참작될 가능성이 있지만, 도박 사이트 가입과 자금 거래가 확인되면 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몰랐다'는 주장은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참고될 뿐, 수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찰 출석요구, 무시하면 끝? 변호사 조언의 '행간'을 읽어라
변호사들은 경찰의 출석 요구가 곧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관열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보호자에게 연락이 가거나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라며,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님과 함께 출석해 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김일권 변호사의 조언이다. 김 변호사는 먼저 "A군이 미성년자 이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더라도, 훈방 조치 또는 교육 처분을 받게 되고, 부모님께 연락이 갑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성년자 사건에서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결정적인 단서를 덧붙였다.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설 토토 도박 사건을 수행한 경험 있는 20년차 경력의 형사법 전문 변호사와 함께, 경찰 조사를 진행하고,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여야, 훈방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즉, '미성년자니까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선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