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알리자 '권고사직' 압박 어느 직장인의 눈물
임신 알리자 '권고사직' 압박 어느 직장인의 눈물
전문가들 "'선택권 없었다'는 녹취는 부당해고의 핵심 증거
사직서에 절대 서명해선 안 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린 직장인에게 '권고사직'이라는 이름의 퇴사 압박이 가해졌다. 축복받아야 할 소식이 하루아침에 경력 단절의 위기로 돌아온 이 사건은, 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부당해고'의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축하한다'는 말 대신 '나가달라'는 압박
지난 4월, 직장인 A씨는 부푼 마음으로 회사에 임신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축복과 배려를 기대했던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다.
회사는 "남편과 상의해봐라", "동료들이 불편해한다"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A씨에게 스스로 회사를 떠날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부당함을 느낀 A씨가 계속 출근했지만, 퇴사를 향한 압박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거세졌다.
결국 책상에 놓인 '권고사직서' 한 장
결국 회사는 '권고사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계속되는 심리적 압박에 지친 A씨는 일단 구두로 알겠다고 답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계속 일하고 싶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 하지만 상사는 "이미 말 나온 대로 하자"며 A씨의 의사를 묵살했다. 다음 날, A씨의 책상 위에는 권고사직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을 직감한 A씨는 서명을 강요하는 상사와의 대화를 녹음기에 담았다.
"선택권 없었다" 녹취 파일, 운명 가를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녹취 파일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권고사직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합의가 있을 때만 성립하는데, A씨의 녹취는 그 전제가 무너졌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선택의 여지 없이 사직서를 내도록 심리적 강요가 있었다면 부당해고"라며 "A씨의 '선택권이 없지 않냐'는 발언은 강압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라고 분석했다.
임신이 해고 사유? '모성보호' 정면 위반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 부당해고를 넘어,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임신 사실 통보 직후 퇴사 강요가 시작된 점은 남녀고용평등법상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은 임신·출산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하는 사업주를 형사 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절대 서명 금물" 변호사들이 말하는 대응법
그렇다면 A씨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권고사직서에 절대 서명하지 말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창경)는 "서명하는 순간 자발적 퇴사로 인정돼 법적 다툼이 매우 어려워진다"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하며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사직 의사가 없다'는 점을 문자나 이메일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회사에 명확히 전달하고, 만약 일방적으로 해고 처리된다면 즉시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A씨는 회사의 부당한 압박 앞에 홀로 섰지만, 법은 그녀의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녀의 손에 들린 녹취 파일은 단순한 하소연을 넘어,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A씨의 용기 있는 대응이 또 다른 피해를 막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