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당하고 3개월째 '무소식'…내 사건, 경찰서에서 잠자고 있나
고소당하고 3개월째 '무소식'…내 사건, 경찰서에서 잠자고 있나
상대방은 합의하자는데 수사관은 묵묵부답…법률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사 지연'의 진실과 대응법

고소당한 후 석 달째 경찰 연락 없이 상대 변호사가 합의를 종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고소당했는데 석 달째 경찰 연락이 없다. 그런데 상대 변호사가 합의하자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피고소인이 된 시민의 막막한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이 답했다. 수사 지연의 배경부터 '고소권 남용' 가능성, 현명한 대응 전략까지 짚어본다.
어느 날 갑자기 피고소인이 된 A씨. 그는 3개월 전 B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경찰관의 전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하지만 그 후로 감감무소식. 경찰의 출석 요구는커녕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
답답한 시간만 흐르던 중, A씨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 것은 B씨 측 변호사의 연락이었다. 다짜고짜 합의를 요구해온 것이다.
A씨는 "상대방이 나를 고소한 이유는 내가 먼저 제기한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딜' 목적이 뻔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소는 당했지만 수사는 시작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기묘한 상황,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3개월의 법칙', 경찰 수사는 왜 멈춰있나
「경찰수사규칙」 제24조에 따르면 경찰은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는 것이 원칙이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기간 내 수사를 마치지 못하면 소속 부서장에게 보고하고 수사 기간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건이 3개월 넘게 지연된 것은 그만큼 수사를 완료하기 어려운 내부 사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담당 수사관의 과도한 업무량, 사건의 복잡성, 다른 긴급 사건 처리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즉, A씨의 사건이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려 잠시 멈춰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례적 상황"…'보복 고소'와 '합의 압박'의 냄새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상황이 "다소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가 합의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협박성 고소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고소권 남용' 또는 '협박에 의한 강요'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 역시 "상대방 변호사의 합의 요청은 압박 수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씨의 의심처럼, 자신이 제기한 고소를 무마시키기 위해 상대방이 '맞불 고소'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이를 빌미로 합의를 압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다림은 독(毒)…'방어권', 아는 만큼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관할 경찰서에 직접 연락해 사건번호와 담당 수사관을 확인하고, 수사 진행 상황을 문의하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는 "무혐의 변론 등 방향 설정 후 진술 준비를 충분히 마친 후 담당 수사관에게 연락해 조사 일정을 잡으라"고 구체적인 순서를 제시했다. 수동적으로 조사를 기다리기보다, 방어 전략을 세운 뒤 능동적으로 수사 일정을 조율하라는 의미다.
특히 김경태 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의 합의 제안 전화나 문자 메시지는 '부당한 목적의 고소'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녹음하거나 저장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그러나 끝은 아니다
경찰이 A씨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보내지 않고 종결할 수 있다. A씨의 사례처럼 고소의 목적이 부당하다고 의심될 경우, 경찰이 수사 가치가 낮다고 보고 불송치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소인 B씨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사건은 무조건 검찰로 넘어가 검사의 판단을 다시 받게 된다.
결국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사건이 검찰 단계로 넘어가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내 사건은 내가 챙겨야 한다."
고소를 당한 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있다면, 지금 바로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려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자신의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법적 다툼의 긴 터널 속에서 자신의 권리는 침묵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으로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