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직원 음주운전, 회사 통보 피할 수 있나? 변호사들 답변은
공기업 직원 음주운전, 회사 통보 피할 수 있나? 변호사들 답변은
법률 전문가들 '직무 관련성 없어도 통보 의무'…'회사원' 답변은 임시방편, 양형자료 준비가 핵심

공기업 직원인 A씨가 음주 운전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이 사실이 직장에 통보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셔터스톡
음주운전 사고 후 '회사원이라고만 말할까요?'… 공기업 직원의 절박한 질문
"경찰조사 때 직업을 그냥 '회사원'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요?"
음주운전으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경찰 조사를 앞둔 공기업 직원 A씨가 온라인 법률 상담에 올린 절박한 질문이다. 한순간의 실수가 직장을 잃는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의 고민은 단순한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선다.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음주운전 사실이 직장에 통보되어 인사 상 불이익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해고 당하는 상황이다.
A씨는 '공무원과 달리 공기업 직원은 신원조회 시 직업이 드러나지 않으니, 회사원이라고 답하면 된다'는 항간의 소문을 믿고 있었다.
'회사원'이라 둘러대면 정말 모를까?
A씨의 질문에 다수 변호사는 일단 '회사원'이라고 답하는 것이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공기업 재직자는 스스로 직장을 말하지 않는 이상 경찰 내부 전산망에서 재직 사실을 바로 알 수는 없다"며 "그냥 회사원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경찰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A씨의 구체적인 직장을 파고들지 않을 가능성에 기댄 답변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 법의 원칙은 달랐다. 변호사들의 조언 이면에는 더 중요하고 냉정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결정적 법 조항의 등장…'직무 관련 없어도 통보'가 원칙
A씨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규정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있었다. 이 법 제53조의2는 수사기관이 공공기관 임직원의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을 때와 마쳤을 때, 10일 이내에 해당 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범죄의 직무 관련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 강행 규정이다.
과거에는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만 통보가 이루어졌지만, 공공기관 임직원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법이 개정됐다. 따라서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직업을 숨기려 시도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신원이 특정되면 법에 따라 회사에 통보가 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통보 피하기' 아닌 '선처 구하기'로 전략 수정해야
결국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 곳으로 모인다. 통보 자체를 피하려는 불확실한 노력보다, 처벌 수위를 낮춰 직장 내 징계를 최소화하는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목의 박정민 변호사는 "기관에 통보가 가더라도, 추후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받게 되면 퇴직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이라도 벌금형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해고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사고 경위, 혈중알코올농도, 운전 거리 등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차량 매각, 알코올 중독 치료 등) ▲사회적 유대 관계 등을 담은 양형 자료를 충실히 준비해 수사기관과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순간의 실수가 직업의 위기로 이어진 A씨. 그가 직장을 지킬 수 있는 열쇠는 '숨기기'가 아닌 '성실한 대응'에 달려있는 셈이다. 법의 원칙을 직시하고 최선의 방어 전략을 짜는 것이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