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약속 믿고 재산 절반 보냈는데…'없던 일'로 하자는 배우자, 돈 돌려받을 수 있나?
이혼 약속 믿고 재산 절반 보냈는데…'없던 일'로 하자는 배우자, 돈 돌려받을 수 있나?
법조계 "협의이혼 불발 시 재산분할 약정은 무효, 부당이득반환 청구 가능"…'소송이 되레 이혼 불씨 될 수도' 신중론도

협의이혼을 전제로 배우자에게 재산을 분할했으나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면, 지급한 돈은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협의이혼을 전제로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먼저 보냈지만, 배우자가 돌연 이혼을 거부하면서 법적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협의이혼을 약속한 배우자에게 재산의 절반을 먼저 넘겨줬지만, 상대방이 법원 출석 당일 돌연 마음을 바꿔 이혼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조건이 성립되지 않은 계약은 무효'라며 지급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되레 이혼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믿었던 이혼 약속, 물거품으로"
사연의 주인공 A씨는 배우자와 협의이혼 절차를 밟기로 하고, 재산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먼저 송금했다. 별도의 협의서는 없었지만, 두 사람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와 은행 이체 내역에는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이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약속된 협의이혼 확인기일, 배우자는 법원에 나타나지 않고 "이혼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현재 A씨 역시 이혼 의사가 없는 상태지만, 이미 넘어간 거액의 재산을 되찾을 방법이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법원 문턱 못 넘은 합의, 돈은 돌려받아야"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은 '협의이혼 성립'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이혼이 무산됐으니 약정 자체가 무효가 됐다는 논리다.
대법원 역시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고 혼인 관계가 존속하는 경우, 재산분할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다14061 판결). 김형민 변호사는 "재산분할 협의가 무효가 됨에 따라 지급된 돈은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명확히 했다. 즉, 법률상 원인 없이 배우자가 얻게 된 이익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A씨에게 있다는 의미다.
"카톡·이체내역이 '스모킹 건'…가압류도 서둘러야"
소송의 관건은 '이혼을 조건으로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행히 A씨에게는 카카오톡 대화와 이체 내역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송인욱 변호사는 "합의서가 없더라도 이체 내역이나 카톡 대화 내용이 있기에 합의의 존재는 인정될 것"이라며 "상대방에게 약정 취소를 통보하고, 가압류 등 보전 조치 후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고 조언했다.
가압류는 상대방이 소송 도중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써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최광희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최악의 경우 사기 고소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강경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되찾은 돈, 다시 나눌 운명?"
만약 A씨가 부당이득반환 소송으로 돈을 돌려받은 뒤, 다시 이혼을 결심하게 되면 재산분할은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재산분할 절차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박영재 변호사는 "부당이득반환 소송 후 이혼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재산분할은 다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혼 소송 시점의 부부 공동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각자의 기여도를 다시 따져 분할 비율을 결정한다. 먼저 지급했다 돌려받은 돈은 그저 다시 합쳐질 재산의 일부일 뿐, 과거의 약정이 미래의 재산분할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소송이냐 대화냐, 그것이 문제"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섣부른 소송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현재 양측 모두 이혼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부 갈등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승미 변호사는 "돈을 돌려주고 싶지 않은 배우자가 이혼 소송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혼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소송보다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법적으로 돈을 되찾을 길은 열려 있지만, 그 과정에서 혼인 관계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